낮잠을 자면 좋을 텐데 낮잠을 잘 못 잔다. 점심 먹고 나면 피곤해서 누우면 잠이 달아나기 때문에 누워서 있다가 일어나는 것으로 피곤함을 넘기게 된다. 그러다 열 시가 되면 졸려 침대로 가서 누우면 또 잠이 어디론가 가버린다. 누워서 이것저것 하다 보면 11시 넘어야 겨우 잠이 드는데 몇 시간 자고 나면 깬다. 새벽 3시 반이다. 특별히 할 일은 없지만 잠이 안 오니 전화를 가지고 몇 시간 놀다 보면 다시 졸린다. 지금 자면 늦은 아침에서야 일어나게 되는데 그래도 잠이 오면 자야 한다. 사람이 잠도 마음대로 잘 수 없으니 걱정이다. 베개에 머리를 대기만 해도 잠이 들었는데 잠들기가 힘들고 자다가 깨면 잠이 안 오고 한참 지나고 다시 잠이 드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활동이 줄어서 그렇겠지만 잠 안 오는 고통은 겪어본 사람만 안다. 밤에 자고 낮에 놀아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잠을 못 잔 다음날 밤에는 깨지 않고 계속 잔다. 잠도 할 일을 해야 하는 모양이다.
오늘 아침 온도가 영하 35도가 넘고 체감 온도는 영하 40도가 넘는다. 며칠간 계속되는 강추위로 이곳이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곳 중에 하나라는 구글뉴스 타이틀이 보인다. 요즘 같이 추운 날은 밖에 나갈 생각을 못한다. 괜히 잘못 나갔다가 감기를 데리고 올까 봐 웬만해서는 집에 있는다. 시장도 봐 놓았고 있는 대로 먹으면 된다. 신선한 야채가 생각나지만 며칠 안 먹는다고 어찌 되는 것 아니니 참는다. 겨울이 안 온다고 눈이 오면 좋겠다고 행복에 겨운 투정 아닌 투정을 했는데 기록적인 추위다. 사람이 살 수 없는 추위 같은데 사람들은 여전히 볼일을 본다. 이렇게 추운 날은 많은 사람들이 차에 이상이 생겨 고생을 한다. 갑자기 추워지면 아무 이상 없던 차도 이상이 생겨 길에 멈추는 경우가 많고 아무리 조심한다 해도 미끄러지고 처박히는 경우도 있다.
작년 이맘때 지인 장례식을 가는 길에 생각지 못한 사건이 있었다. 몇 번 가본 곳이라 자신 있게 가고 있었는데 들어가야 할 곳을 지나치게 된 사실을 알고 차를 돌리려는데 길이 미끄러워서 차가 서질 않고 뒤로 밀려 눈에 차 뒷바퀴가 빠졌다. 날씨는 거의 영하 40도에 가까운 혹독한 날씨에 지나가는 사람도 없는 외딴 길에서 차를 빼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지나가는 사람을 기다리는 동안 보험회사에 전화를 하는데 기다리라는 말만 반복할 뿐 통화 연결이 되지 않아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때 마침 트럭 한 대가 지나가다가 우리를 보고 차를 세운다.
차에서 할머니 한분이 내려 우리 차를 들여다보는데 젊은 남자분이 운전하는 또 다른 트럭이 지나가다 선다. 차에서 밧줄과 여러 가지 도구를 꺼내더니 차밑으로 기어들어가 밧줄을 묶고 차 시동을 건다. 차가 너무 많이 빠져서 잘 나오지 않자 자기는 할 수 없다고 그냥 간다. 막연히 어찌할 바를 모르고 기다리는데 또 다른 트럭이 지나가다 선다. 그도 역시 차에서 무언가를 꺼내서 우리 차와 연결한다.
할머니는 추위에 떨고 서 있는 나보고 차에 타서 기다리라고 한다. 어찌나 추운지 염치 불고하고 차에 탔는데 혹시 자기 남편이 도와줄 수 있을지 모른다며 집으로 데리고 간다. 집은 아주 가까이에 있었지만 꽁꽁 얼었던 몸은 녹았다. 할아버지가 옷을 입으며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차를 뺐다 는 연락이 왔다. 할머니와 함께 차로 가서 고맙다는 말로 감사를 전하고 장례식에 늦지 않게 참석할 수 있었다. 이렇게 추운 날은 그날이 생각이 난다. 가는 길이 바쁜 추운 날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위해 기꺼이 희생해 주신 분들이 있어 세상은 돌아간다.
창밖이 무섭게 추워도 집안은 따뜻하다. 벽난로에 장작불이 활활 타며 추위를 잊게 한다. 지난여름 뜰안에 자라던 나무 중 죽은 나뭇가지를 잘라 놓은 나무들 덕분에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낸다. 나무는 그야말로 하나도 버릴 게 없다. 그늘을 만들어 주고 바람을 막아주고 집을 짓고 땔감이 된다. 죽어 넘어진 나무에는 버섯이 나고 부서져 가루가 되어 땅속으로 스며들어 다시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킨다. 숲 속에 서 있는 나무를 본지가 꽤 오래되었다. 연말연시에 아이들이 와서 못 가고, 아이들 간 다음에는 독감에 걸려서 앓느라고 못 갔다. 더구나 요즘엔 날씨가 너무 추우니 갈 엄두도 못 낸다. 집안에서 뜰에 서 있는 나무만 봐도 날이 얼마나 추운지 짐작이 간다. 오늘 아침에는 안개가 많이 껴서 앞이 안보이더니 지금은 햇살이 나와 있어 하얗게 내린 눈을 비추고 있다.
바라보는 세상은 아름답다. 이 추운 겨울에 노숙인들이 사는 곳에 철거소식이 들리는데 그들은 정부에서 마련한 숙소에 들어가는 것을 거부하고, 정부는 권고이상 강제로 철거를 하는 현실이다. 거부하는 그들도, 강요하는 정부도 다 이유가 있겠지만 해결점을 찾으면 좋겠다. 영하 40도가 넘는 추위에서는 단 5분 안에 동상에 걸린다. 준비된 숙소에 며칠 들어갔다 나와도 될 텐데 강하게 거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가 모르는 그들만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어서 추위가 물러가고 따뜻한 봄이 오면 좋겠다. 추운 겨울이 아니라서 좋았는데 춥기 시작하니 무섭게 춥다. 자연이 하는 일을 인간이 어쩔 수 없지만 인간의 무능함이 한눈에 보인다. 봄은 와야 할 때를 알고 겨울은 가야 할 때를 안다. 우리가 원한다고 겨울이 봄이 되지 않는다. 삶에도 고비가 있어 기쁨과 슬픔이 오고 가듯이 때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곳에 산다. 이번 주말 까지는 추위가 기승을 부릴 텐데 밀린 연속극이나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