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보는 파란 하늘이다. 살인적인 추위로 겁을 주며 겨울의 참모습을 보여주더니 오늘은 얌전하게 세상을 내려다보는 하늘이 참 곱다. 부엌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이 어깨에 앉아 있어 따스하다. 밖은 아직 겨울인데 봄이 온 것은 같은 따스함에 눈 쌓인 뒤뜰을 내다본다. 봄이 오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 마가목 나무가 지난가을에 떨구지 못한 단풍잎을 아직도 매달고 서 있다. 바싹 마른 나뭇잎이 바람이 불 때마다 하얀 눈 위에 떨어진다. 무슨 미련이 있어 떨어질 때 떨구지 못했는지 모른다. 어제 뉴스를 보니 양로원에서 100살 생일잔치를 하는데 백세시대라고 하는 말이 맞는 것 같다. 100세 노인들이 많기도 하고 모두들 건강해서 놀랐다. 요즘엔 영양도 좋고 화장 기술이 좋아져서 인지 100세라고 하지만 80대 후반으로 보인다. 물론 잔치를 하는 자리이기에 신경을 쓰긴 했겠지만 주름도 별로 없고 귀걸이 목걸이에 예쁜 옷으로 치장해서 인지 100세가 믿어지지 않는 멋쟁이 들이다. 뉴스를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그분들은 그야말로 힘들게 살아온 한평생인데 어떻게 건강을 지키고 저 자리에 앉아 있을까? 여러 번의 전쟁과 가난을 겪으면서도 저렇게 멋지게 살아 낸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요즘엔 전쟁으로 어린아이들과 젊은 사람들이 희생되는데 참으로 안타깝다. 전쟁과 자연재해로 인하여 사람들이 죽고 빌딩이 쓰러지고 사라져 간다. 그래도 한쪽에서는 여행을 하고 골프를 치고 파티를 하며 삶은 이어진다. 그래서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말을 하나보다. 세상은 생각보다 모르는 것이 많고 빨리 돌아간다. 지난여름 가뭄이 계속되어 더위에 힘들었는데 겨울이 오지 않고 춥지 않아 겨울이 없어진 줄 알았는데 제대로 된 한파가 다녀갔다. 상상할 수 없는 무서운 추위가 가고 다시 따뜻한 날씨가 오는가 했는데 감기에 걸렸다. 특별히 아픈 것은 아닌데도 감기기운이 있어 몸이 까불어진다. 입맛도 없고 움직이기도 싫고 자꾸 눕고만 싶다. 어디서 온 감기인지 모르는데 나를 찾아와 같이 놀자고 한다. 콧물과 재채기가 나고 눈도 코도 가렵고 불편하다. 따뜻한 대추차를 마시면 좋다고 해서 열심히 마시고 있는데 효과가 있으면 좋겠다. 건강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지만 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도 병이 오는 것을 먹을 수 없는 것 같다. 평소에 몸에 좋다는 음식을 먹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며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살아도 질병은 찾아온다. 세월이 가고 주위 사람들이 떠나고 있다. 얼마 전에 웃고 이야기한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해 들으며 세월의 무상함을 새삼 느낀다. 젊었던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 하얀 머리가 되어 허리를 구부리고 다니는 것을 보면 남의 일 같지 않다. 어느새 내 차례가 가까이 오는 것을 실감한다. 하루를 산다는 것은 별것 아닌데 그 많은 하루를 살아낸다는 것은 참으로 위대하다. 부를 이루고 권력을 잡고 명예를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평범한 삶을 산다는 것이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이다. 문명이 발달하는 것이 최고의 해결책으로 믿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인간은 인공지능을 만들어 삶을 윤택하게 만들었지만 인간은 다시 또 다른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원시적인 삶이 싫어 새로운 삶을 만들었지만 그 틈을 타고 사기 치는 사람이 많아지고 억울하게 사기를 당하는 사람이 많다. 인공지능의 세상에서 인공지능을 상대하며 살아야 하는 세대들도 걱정 근심이 있다. 지금 세대들이 과연 행복할까 하는 생각도 한다. 기계와의 삶은 일방적인 삶일 뿐 명령과 복종의 관계이다. 손가락하나로 이리저리 할 일을 하고 로그아웃을 하고 뚜껑을 덮으면 아무런 일도 없는 것처럼 처음으로 돌아간다. 기계는 사람이 될 수 없는데 사람 위에서 사람을 조종하고 사람을 혼란시키고 가상의 세계 속으로 들어간다. 눈에 보이는 것들이 사라지고 가상의 세상에서 보이지 않는 것들을 쫓고 상대하며 산다. 죽은 사람을 비디오로 복원하여 살아있는 것처럼 말을 하며 가상으로 만난다. 숫자가 돈을 대신하고 그래프가 세상을 알려준다.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가늠이 안 간다. 오래 사는 것이 행운인지 불운인지 알 수 없지만 사람이 태어나 살다가 늙어 죽어야 하는데 죽지 않고 오래도록 살면 세상은 어떤 세상이 될까? 세상이 좋아져서 백세시대가 되는데 나이가 들어도 안 죽으면 어쩌나 하는 염려도 된다. 젊은이들은 아이를 낳지 않아 출산율이 떨어지고 노인들이 세상을 지키는 세상이 된다. 인간의 능력이 어디까지 일지 모르지만 너무 오래 사는 것도 두렵다. 할 일은 없고 같이 놀사람도 없는데 오래 사는 것도 답이 아니다. 무병장수는 맞는 말이지만 오래 살라는 말은 덕담이 아닌 시대가 되어간다. 적당히 살다 손뼉 칠 때 떠나고 싶다. 겨울이 길면 싫증이 나고 봄이 너무 일찍 오면 세상이 얼어버린다. 계절에 순응하고 세월을 따라가는 자연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