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있어도 오는 봄을 막을 수 없다. 봄은 하루아침에 오지 않는다. 하늘에도, 구름에도 봄이 보인다. 눈 쌓인 지붕에도, 나뭇가지에도 봄을 품고 있다. 보이지 않아도 오는 봄은 새들이 먼저 안다. 전봇대에서 까치가 놀고, 블루제이 한쌍이 노래를 한다. 아직 봄이 오려면 멀었는데 새들은 봄이 오고 있음을 알아채고 봄을 맞을 준비를 한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을 걸으니 신세계를 걷는 것과 같다. 눈부시도록 하얀 눈이 숲을 밝힌다. 오랜만에 숲을 찾았다. 숲 속의 오솔길이 반갑다고 난리가 났다. 새들은 나뭇가지를 오르내리며 노래를 한다. 눈과 나무는 서로 껴안고 머지않아 봄이 온다고 위로를 한다. 눈이 앉아있는 모습도 여러 가지이다. 눈이 너무 예뻐 사진을 찍고 또 찍는다. 거북이, 원숭이, 아기곰의 모습도 보이고, 공룡, 악어, 도마뱀의 모습도 보인다. 숲에 사는 토끼는 늑대를 피해 동네로 피난을 가서 보이지 않아도 눈이 만든 귀여운 동물들이 숲에 산다. 사각사각 눈을 밟으며 아무도 없는 오솔길을 걸으며 봄에 만나는 민들레, 산나물을 생각하면 설렌다. 눈은 쌓여 있지만 겨울은 이제 시작인데 생각은 어느새 봄을 향한다. 벌거벗은 나무들이 봄을 준비하는 것처럼 하루하루 다가오는 봄을 기다리다 보면 봄을 만날 것이다. 오솔길옆에 있는 계곡이 꽁꽁 얼어 있다. 얼마 전 한파로 얼은 계곡은 봄이나 되어야 녹을 것을 알기에 남편과 계곡을 걸어본다. 깊은 곳에서 우지직하는 소리가 들리지만 겁나지 않는다. 한참을 걷다가 다시 오솔길로 걸으며 하늘을 본다. 하늘은 그야말로 파란 물감을 뿌린 듯 구름 한 점 없이 파랗다.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태양은 숲을 공평하게 비춘다. 어디 하나 부족하지 않게 돌아다니며 곳곳에 빛을 나눠 주는 자연은 참 사랑이다. 작은 풀 하나에도 필요한 선물을 준다. 누군가가 굴러다니는 나뭇가지로 집을 지어 놓은 것이 보인다. 지붕에 천막까지 덮어 씌워 제법 그럴싸하다. 계곡을 건너가야 가기 때문에 가지 못하지만 기회가 되면 한번 들어가 보고 싶다. 눈을 감고도 갈 수 있는 오솔길이 가까이 있어 너무 좋다. 남들은 추운 겨울을 피해 더운 나라로 휴가를 가기도 하지만 겨울을 만끽하며 즐기는 이곳이야 말로 최고의 장소다. 다리가 떨리기 전에 가슴이 떨릴 때 여행을 가라고 하는데 이곳에서도 가슴이 떨려 먼 곳에 가지 않아도 된다. 자연의 소리가 숲을 울린다. 지난여름에 곱게 피었던 들꽃들이 길게 누워서 하늘을 본다. 나무들과 눈과 하늘과 계곡이 어우러져 오케스트라 연주를 듣는 것 같이 웅장하고 아름답다. 짝을 찾는 새가 목청을 높여 노래를 하고 다람쥐가 숨바꼭질을 하며 봄을 준비하는 모습이 보인다. 춥다고 웅크리고 있다 보니 어느새 1월도 며칠 안 남았다. 짧아져가는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아야 하는데 게으름을 피운다. 다시 오지 않는 시간인데 어영부영하지 말고 살아야 하는데 쉽지 않다. 운동을 하면 건강하고, 건강하면 무서울 것이 없다. 잘 살고 있는 아이들 걱정하지 말고 아이들이 우리 걱정하지 않게 잘 살아야 한다. 안 그래도 자식들 키우며 힘들게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많은 유산은 못 남겨주더라도 부모 걱정은 시키지 말아야 한다.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는 것만도 큰 걱정은 면하는 것이다. 언젠가는 봄이 오듯이 언젠가는 나이가 들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가 오겠지만 그때까지는 건강만 생각하면 된다. 오르내리며 걷다 보니 돌아가는 길이 보인다. 그냥 이대로 끝없이 걷고 싶지만 지나친 것보다 조금 모자란 게 좋다. 오늘 못하면 내일 하고, 내일 못하면 그다음 날 하면 된다. 아무리 좋은 것도 욕심을 부리면 해가 된다. 생을 다하고 쓰러진 나무가 눈을 안고 편안히 누워있다. 토막 난 나무도 하얀 눈모자를 쓰고 있고, 옆으로 기대고 서 있는 나무에도 눈이 쌓여 포근해 보인다. 숲 속의 오솔길을 남편과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도 재미있다. 아이들 이야기, 친구들 이야기, 어제 본 영화 이야기, 어젯밤 꿈 이야기를 하며 앞서고 뒤서며 걷는다. 행복을 찾기 위해, 평화를 만나기 위해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 지금 내가 서있는 이곳에서 행복과 평화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하늘과 땅과 나무와 눈 쌓인 숲 속에서 만나는 참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