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한 아침이다. 습관처럼 오늘도 숲을 찾는다.인적이 드문 곳에는 아직 눈이 많이 쌓여있어 설국에 온 듯하다. 저마다의 개성 있는 모습을 하고 있는 게 재미있다. 날이 따뜻해서 인지 새와 다람쥐가 바쁘다. 새들이 여기저기서 서로를 부르고, 다람쥐는 서로 쫓고 쫓으며 장난을 하는 모습이 귀엽다. 보물 같은 산책길이 온전히 나와 남편의 차지다. 아무도 걷지 않는 조용한 오솔길을 걸으며 나무와 대화를 한다. 뾰족하고 둥글고 크고 작은 나무는 사시사철 자리를 지키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맞는다. 봄에는 야들야들한 연두색 새이파리로 봄을 알리고, 여름에는 녹음으로 안부를 전한다. 모기도 한몫하며 지나가는 우리를 환영하고 아름다운 호랑나비도 천천히 날아다니며 눈길을 끈다. 숲의 매력에 빠져 숲을 찾으며 산 세월도 길어진다. 일하기 바빠 산책은 엄두도 못 내고 살았는데 퇴직을 하며 찾아낸 보물 같은 숲이 여러 곳이다. 평야인 이곳에는 산이 없지만 시내 곳곳에 산 같은 숲과 공원이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자연을 누릴 수 있다. 집에서 가까운 이곳은 차로 10분 정도에 있는 정겨운 곳으로 멀지 않아 좋다. 산책로 입구를 따라 걷다 보면 계곡물이 흐르고 계곡을 따라 걸으면 다운타운까지 이어진다. 아기자기한 오솔길에는 봄이 오기가 무섭게 민들레가 피어나고 나뭇잎이 나오기도 전에 산나물이 하나둘 땅에서 나온다. 오르락내리락하는 길을 따라 걸으며 보이는 하늘은 눈부신 태양을 쏟아낸다. 여름에는 여러 가지 들꽃이 피어나 눈호강을 한다. 해당화가 곱게 피고 부지런한 벌들이 날아다니며 꿀을 모은다. 지난해 여름에는 유난히 산딸기가 많아 손주들과 따먹던 것도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다. 눈이 와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눈길을 걸으면 그때로 돌아간다. 엊그제 꽁꽁 얼었던 계곡이 햇살로 조금씩 녹는다. 어제와 비슷한 것 같아도 다른 숲 속에서 봄이 오는 게 보인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길을 따라 걸으며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해와 눈을 맞춘다. 눈이 부시다. 앞을 보며 열심히 걸었더니 더워서 땀이 난다. 목도리를 풀고 장갑도 벗는다. 불과 30분도 안 걸었는데 몸에서 열이 난다. 귀찮은 생각에 나올까 말까 하며 나왔는데 나오니 정말 좋다. 처음 15분만 참으면 춥지 않다. 눈길이 미끄러워 조심조심 걷는다. 나무에 누워있는 하얀 눈에 가지고 다니는 스틱으로 찍으며 장난을 치고 걷는다. 나는 숲이 되고 아이가 되어 나무와 말을 하며 지나간다. 백 년도 넘어 보이는 나무가 길 한가운데에 버티고 서 있는 게 참 믿음직스럽다. 머리를 들어 나무 꼭대기를 바라보니 하늘과 맞닿아 손잡고 있다. 참으로 많은 세월이 한눈에 보인다. 지난해에 보지 못한 나무들도 보이고 겨울을 이겨내지 못하고 쓰러진 나무도 보인다. 한 세상 살다가 가는 사람의 모습을 닮았다. 눈을 안고 서있는 나무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모습이 정겨워 보인다. 힘들어 넘어지면 서로를 보듬고 안아주며 위로하는 나무들이 땅 위에 누워있다. 떨어지고 휘어지더라도 그곳을 떠나지 않고 자리를 지킨다.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눈이 오면 눈을 맞으며 가루가 되어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하늘의 뜻을 따른다. 풀 한 포기, 나무 한그루도 거역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산다. 참을성 없는 인간은 조금만 불편해도 불평하는데 자연은 때가 오기를 기다린다. 가물어서 땅이 갈라지고 계곡이 말라가도 하늘의 처분을 기다리는 자연을 닮아야 한다. 산불이 나서 온 산이 벌거숭이가 되어도 다시 숲을 이루기를 반복한다. 오늘도 나는 숲을 찾으며 삶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