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갈수록 게을러진다.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미루며 산다. 나의 일을 누가 해주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러는지 모른다. 안 하고 미루면 결국 나만 손해인줄을 알아도 요리조리 빠져나간다. 정리할 것도 많고 청소도 해야 하는데 다 귀찮다. 요즘엔 업체를 불러 정리도 하고 청소도 한다고 하는데 별것 아닌 것을 업체에 맡기는 것도 용이치 않다. 이러다 보면 어느 날 마음이 몸을 움직일 것을 알기 때문에 걱정은 안 한다. 한번 시작하면 후다닥 하던 습관이 있어서 날 잡아서 하면 된다. 정리라는게 별것 아니다. 필요 없는 것을 가려내어 버리면 된다. 버리지 않고 놔두면 정리가 아니고 숨겨놓고 감춰놓는 것이다. 쓸 것이 아니고 오랫동안 놔두는 것은 앞으로도 사용하지 않는다. 자리만 차지하고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오래된 건물,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폐건물이 많다. 일종의 공해다. 사용할 사람이 없으면 없애야 하는데 비용이 어마하게 든다고 그냥 놔둔다. 안 그래도 작은 땅덩어리에 집이 모자라 난리인데 폐건물이 발목을 잡고 있다. 사람이 집을 비운 것을 거미가 먼저 아는지 며칠 돌보지 않으면 여기저기에 거미줄이 보인다. 폐건물도 사용하지 않으면 어떤 몰골이 되어 인간을 위협할지 모른다. 건물도, 집도 오래되면 부숴버리고 새로 짓는다. 집안에 있는 살림도 사람처럼 수명이 있다. 겉으로 봐서 멀쩡해 보여도 몸에 해로운 물질이 나온다고 한다. 옷도 타월도 침구도 적당한 시기에 바꿔야 한다고 하지만 쉽지 않다. 멀쩡한 것을 버리기 아까워 그냥 쓴다. 살다 보면 용기가 필요하다. 용기는 결단이고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쓰지 않는 물건을 골라서 쓸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도 애국이다. 새것도 아닌 쓰던 것을 주기도 뭐해서 쓰레기통에 버리기도 하지만 재활용도 하고 자선단체를 통해 기부를 하는 좋은 문화가 생겨 좋다. 정리라는 게 오늘 하고 내일 또 하면 버릴게 또 나온다. 오늘 생각과 내일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물건이 많아도 새로운 물건이 나오면 사게 된다. 욕심인지 아니면 본능인지 모르지만 많이 있어도 산다. 아이들이 온다고 해서 장을 많이 봐다 놓았는데 외식하고 배달해서 먹고 하다 보니 아직도 많다. 장을 안 본다고 다짐을 하지만 한두 개 필요한 것을 사러 가서 또 이런저런 것을 사다 보면 먼저 산 것은 뒤로 밀린다. 정리하려고 보면 포장도 안 뜯은 것들이 많고 유통기간이 지난 것도 보인다. 다시는 아무것도 사지 말고 그때그때 필요한 것만 사 먹자고 다짐을 하지만 매번 실패를 한다. 사다 놓고 하나하나 꺼내 먹으면 되지만 새로 산 것을 먹게 되는 게 문제다. 있을 것 다 있어도 산뜻한 새물건의 유혹에 넘어간다. 정리는 버리는 것이 최선이다. 버리지 않고는 눈 가리고 아웅인데 이번에는 큰 마음을 먹어보자. 어차피 몸이 여러 개도 아니니 한두 개로도 충분하다고 말은 하지만 어찌 될지는 나 자신도 모른다. 하기 싫은 정리지만 해놓고 나면 기분이 좋은 것은 사실이다. 냉장고도 먹다 남은 것들이 많아 청소를 하고 나면 기분이 좋다. 그저 오늘만 생각하고 살아야 하는데 내일 그리고 먼 훗날까지 생각하며 사는 게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다. 오늘은 봄 날씨처럼 따뜻하다. 언제 그 무서운 한파가 다녀갔는지 기억조차 없다. 날씨가 좋아서 인지 괜히 정리생각이 나지만 이렇게 생각만 하고 마는 정리인지도 모른다. 봄이 오면 하면 되지 무슨 걱정을 하는지 모르겠다. 있는 게 시간이니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것도 좋다. 한꺼번에 할 생각하지 말고 하루에 한 가지씩 하다 보면 정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