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 아.. 잘 잤다. 토끼가 기지개를 길게 켜며 일어난다. 지나가던 까치가 다가오며 말을 건다.
까치: 너 지금 일어났어? 나는 아까 일어나서 아침 먹고 학교 운동장에서 산책하고 오는 길인데…
토끼: 응. 까치야. 어젯밤에 늦게 와서 늦잠을 잤어.
까치: 오늘은 뭐 하고 놀거니 토끼야?
토끼: 특별한 일은 없지만 오랜만에 숲에 들어가 볼까 해.
까치: 그래? 나도 숲에 사는 친구들이 놀러 오라고 하는데 같이 가면 좋겠다.
토끼: 잘됐다. 그럼 같이 가자 까치야.
지난여름에 늑대가 새끼를 낳아 기르는 동안 유난히 사나워져서 토끼는 동네로 이사를 왔다. 동네 사람들이 예쁘다고 사진도 찍고 먹을 것도 주어서 나름 편하게 겨울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숲이 너무 그리워 돌아가고 싶었는데 눈이 오지 않아 가지 못했다. 눈이 없으면 하얀 옷을 입은 토끼가 눈에 잘 띄어 천적의 습격을 막을 수 없다.
토끼: 까치야. 네가 먼저 가서 친구들과 놀고 있어. 내가 옆집에 사는 다람쥐와 같이 곧 뒤따라 갈게.
까치: 응. 알았어 토끼야. 내가 먼저 가서 친구들과 놀면서 너희 집도 가볼게.
토끼: 그래주면 고맙고. 지난번 늑대가 날 찾으려고 우리 집을 망가뜨렸는데 어떨지 모르겠네.
까치와 헤어진 토끼는 다람쥐한테 간다.
토끼: 다람쥐야. 너 오늘 나하고 숲에 갈 수 있어? 아무래도 지난번 망가진 집이 걱정이 돼서 한번 다녀와야 할 것 같아.
다람쥐: 같이 갈 수 있어. 날씨가 좋아서 숲에 가보고 싶었는데 잘됐다. 같이 가자.
토끼: 그럼. 지금 같이 가자. 까치가 먼저 가서 친구들도 만나고 우리 집도 가 본다고 했으니까.
다람쥐: 그러자. 지금 가면 숲에 사는 우리 친구들도 많이 만날 수 있어.
다람쥐와 토끼는 급하게 숲을 향하고, 숲에 먼저 도착한 까치는 친구들과 노느라고 바쁘다.
까치: 얘들아. 우리 친구들이 숲에 온다고 하니 잘 봐. 지난가을에 늑대가 토끼집을 부수어 놓았는데 가서 보고 올 테니 내 친구가 오면 같이 놀고 있어.
까치 친구들: 알았어. 우리는 나무에서 점심 먹고 있을 테니까 빨리 다녀와.
토끼가 숨이 차서 다람쥐에게 말한다.
토끼: 다람쥐야. 너무 빨리 가지 마. 같이 가야 해. 숲이 얼마나 넓은지 몰라. 우리 친구도 한번 길을 잃어버리고 한참을 헤매다 간신히 집에 왔어.
다람쥐: 그래. 네 말이 맞아. 지난번에 나도 친구네 놀러 갔다가 가는 길을 몰라서 혼났어. 숲 속에 있는 길은 거기가 거기 같아서 한번 길을 잘못 들어가면 하루종일 해메야해.
토끼: 다람쥐야. 너 저기 있는 다람쥐가 네 친구 아냐? 눈 사이에 하얀 털이 있는 다람쥐가 생각이 나.
다람쥐: 맞아. 내 친구야. 어서 가보자.
다람쥐: 하양아. 잘 있었어? 하양: 응. 네가 웬일이니? 정말 오랜만이다. 안 그래도 어제 친구들과 네 이야기를 했는데 잘 왔다.
다람쥐: 응. 오늘은 토끼와 같이 왔어. 아랫동네에서 사는 토끼와 까치가 숲에 온다고 해서 같이 왔어.
하양: 우리 까치한테 가보자. 저 다리 건너 커다란 백양나무가 까치들 놀이터래.
다람쥐와 토끼가 하양이와 함께 다리로 가는 사이에 까치가 돌아온다.
까치: 얘들아. 왔구나. 나 지금 토끼집에 가 보았는데 집이 없어졌어. 눈이 많이 쌓여서 간신히 찾았는데 한쪽 벽이 무너져서 도저히 살 수가 없어.
토끼: 그래? 그럼 어쩌지? 집이 살만하면 다시 숲으로 들어올까 했는데…
까치: 걱정 말아. 토끼야. 우리가 있잖아. 지금은 다시 동네로 내려가서 살다가 봄이 오면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집을 지으면 되잖아.
다람쥐: 그래. 걱정하지 마. 우리도 도울께.
토끼: 고맙다. 친구들아. 늑대만 없으면 여기서 너희들과 재미있게 살 텐데… 생각하면 너무 속상해. 늑대만 없으면 얼마나 좋을까?
다람쥐: 아냐. 그렇게 생각하면 안 돼. 늑대가 우리를 잡아먹으려고 하지만 늑대가 있어서 다른 동물들이 안 오잖아. 늑대보다 더 크고 무서운 동물들이 오면 우리는 영영 숲에서 살 수 없을 거야.
까치: 맞아. 늑대는 새끼가 자라면 다른 곳으로 가니까 그때까지만 기다려. 그동안 잠시 아랫동네로 내려가서 살면 되잖아.
토끼: 그래. 너희들 말이 맞아. 늑대가 우리를 해친다고 생각하지 않고 우리를 보호해 준다고 생각하니 너무 고맙다.
까치: 얘들아. 집 걱정 고만하고 오랜만에 만났으니 신나게 놀자. 오다가 보니까 갈라진 나무 위에 누군가 갖다 놓은 해바라기 씨가 많이 있더라. 어서 가서 맛있게 먹고 놀자.
눈이 하얗게 내린 숲은 너무나 아름답다. 하얀 옷을 입은 토끼가 뛰어가고, 까치는 신나게 날아가고, 다람쥐는 나무를 오르내리며 재주를 넘으며 간다.
하늘이 너무 맑고 푸르다. 토끼는 하늘을 보며 생각한다. 까치와 다람쥐와 함께 숲에 오기를 참 잘했다. 그동안 숲이 너무 그리웠지만 눈이 없는 숲에 가는 것이 두려웠는데 친구들이 함께 와주어서 너무 고맙다.
토끼: 얘들아. 오늘 나는 너무 행복해. 너희들과 함께 숲에 오니 온갖 걱정 근심이 다 사라지는 것 같아. 아랫동네에서 사는 것도 좋은데 이곳에 오니 정말 좋다. 봄이 오면 우리 모두 같이 와서 집도 짓고 놀자.
다람쥐: 그래. 이제 늑대 걱정은 하지 말자. 늑대는 밤에 다니니까 우리는 낮에 와서 놀면 돼. 겨울에 먹을 것이 없는 숲에 사람들이 가져다주는 음식도 많으니 틈틈이 낮에 놀러 와서 우리 만나자.
토끼: 그래. 한 군데만 있으면 재미없으니까 너희들 친구들도 아랫동네에 놀러 오라고 해. 우리 동네는 오래된 동네라서 나무들도 크고 먹을 것도 많아.
까치: 맞아. 우리가 사는 동네는 인심도 좋고 다른 곳에서 놀러 오는 새들도 많아. 지난번에는 참새들이 잔뜩 몰려온 적이 있어. 먹을게 많이 있었나 봐. 양지바른 곳에는 비둘기들이 모여있고, 주차장에는 갈매기들이 많아.
다람쥐: 오랜만에 만나서 노니 너무 좋다. 친구들아. 우리가 와서 숲이 더 환해진 것 같아. 그지?
토끼: 그래. 어느새 해가 넘어갈 것 같아. 너무 늦기 전에 어서 동네로 가보자. 오늘 너희들을 만나 정말 좋은 하루가 되었어. 봄이 오면 자주 만나자. 동네에서 가까우니 또 오자.
숲에 사는 친구들과 헤어져 집으로 오는 토끼는 너무나 행복하다. 오랫동안 가보지 못한 숲에서 집이 허물어진 것을 알아 실망했지만 집은 언제나 다시 지으면 된다. 지금 사는 곳은 등 굽은 소나무 아래인데 여름에는 더위를 막아주고 겨울에는 추위를 막아준다. 동네에 사는 친구들이 소나무아래로 놀러 와서 춤을 추며 놀기도 하고 피곤하면 잠도 잔다. 언제나 예쁘다고 사진을 찍는 동네 사람들이 있고, 오며 가며 만나는 친구들이 있는 한 오래도록 살고 싶은 마음이다. 머지않아 봄이 오면 친구들과 숲에 갈 생각을 하며 소나무 아래로 가서 편안하게 누워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