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발이 날린다. 눈이 마치 오기 싫은데 오는 눈같이 천천히 내린다. 눈이 펑펑 쏟아지면 보기 좋을 텐데 억지로 내리는 것 같아 시시하다. 눈이 오기 싫으면 차라리 오지 말지 억지로 오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하늘이 내 말을 알아들은 듯이 천천히 내리던 눈이 펑펑 쏟아진다. 바람 불고 눈도 내리니 겨울이 다시 돌아오는 것 같다. 11월 같으면 내리는 눈을 보고 겨울 낼 생각을 하며 걱정을 하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어영부영 2월 중순이니 얼마 안 있으면 3월이다. 꽃이 피고 새가 노래하는 봄이 오는 것이다. 계절로 치자면 봄이 머지않은 듯해도 봄이 오기는 그리 쉽지 않다. 산 넘고 강 건너오는 봄이 심술궂은 동장군 때문에 웅크리며 때를 기다려야 한다. 꽃샘추위는 질세라 방해를 하면 오던 봄은 기가 죽어 납작 엎드려 동장군의 눈치를 본다. 하늘에는 구름이 꽉 차있고 눈은 그칠 것 같지 않은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오늘은 무엇을 하며 하루를 보낼까? 특별히 할 일도 없고 갈 곳도 없고 만날 사람도 없지만 무언가를 하며 하루를 살아야 한다. 색도 없고 향도 없는 바람이 소리 없이 왔다가 흔적을 남기고 간다. 굴러 다니는 쓰레기를 옮겨놓고 가을에 떨구지 못한 나뭇잎을 흔들어 떨어 뜨린다. 머리를 헝클어놓고 옷매무새를 여미게 한다. 봄이 가까워지면 옷차림이 가벼워서 인지 바람이 옷 속을 파고든다. 음력 정월에 김칫독 깨진다고 정월달 추위를 무시할 수 없다. 여기저기 보이지 않는 얼음이 있어 자칫 잘못하면 넘어진다. 기다리는 봄 대신에 오는 철없는 눈은 오라고 할 때는 오지 않고 오지 않아야 할 때 온다. 바람이 부는 대로 이리저리 비틀거리며 내리는 눈이 앉아 쉴 곳을 찾는다. 아무 곳에나 앉으면 될 텐데 어디에 앉을까 망설이는 모습이 보인다. 앞집 지붕에서 앉아 있던 까치 한 마리가 날아와 우리 집 앞뜰에 살포 시 앉아서 무언가를 찍어 먹는다. 먹을게 별로 없는 겨울에 그들은 무엇을 먹고 사는지 궁금하다. 집도 없이 떠돌아다니는 새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여전히 씩씩하게 날아다닌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어 한없이 쌓아 놓고 싶어 한다. 오르면 내려가야 하고 쌓으면 허물어야 하는 것을 알지 못한다. 자연의 진리를 무시할 수 없다. 한번 왔다 가는 하루처럼 인생도 한 번인데 욕심부리다 보면 한도 끝도 없다. 뜻대로, 마음대로 안되면 화를 내고 남을 기만하고 속이며 자신만의 영달을 위하여 산다. 따지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에 목숨 걸며 남을 의식하고 눈치를 보며 자신을 잊고 남을 위해 사는 경우도 많다. 자신을 찾지 않으면 그 어느 누구도 찾을 수 없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자신만의 행복을 찾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도 하지만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세상 어느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 할 수 없는 것을 하려고 하지 말고 할 수 있는 것을 찾으면 된다. 사람들은 여행을 하면 행복한 줄 알지만 여행을 꼭 가야 행복한 것도 아니고 나름대로 고충을 감수해야 한다. 집을 떠나 낯선 곳에 가서 낯선 사람들과 적응하려면 쉽지 않고, 음식이나 언어로 인한 스트레스도 많다. 그렇다고 한 군데에서 사는 것이 행복한 것은 아니다. 뉴스를 보니 이번 구정 명절 휴가 때에 엄청난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갔다고 한다. 3박 4일, 4박 5일의 짧은 여정으로 잠깐 바람을 쐬고 온다. 매일매일의 같은 삶을 떠나 여행을 다녀오면 좋은 점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힘들다. 짧은 시간에 얻는 것도 많지만 돈은 돈대로 쓰고 몸은 몸대로 힘들어 피곤하기만 하다. 날씨가 좋으면 그런대로 좋지만 날씨에 이변이라도 생기면 골치 아프다. 이런저런 것 생각하면 아무것도 못하지만 굳이 해외에 가지 않고도 가까이에 먹을 것, 볼 것, 즐길 것들이 많다. 어디 어디 갔다 왔다고 이력서에 써서 가슴에 붙이고 다니며 자랑할 것도 아닌 데 떠난다. 여행도, 취미도 세월 따라 달라져 좋아하고 원하는 것들이 이제는 그저 그렇다. 하고 싶은 것 해보고, 가보고 싶은 곳에 가서 그런지 모르지만 이제와 생각하면 별것 아니다. 사람들은 건강하기 위해 운동하고, 음식을 가려먹으며, 행복하기 위해 이런저런 것을 하면서 살아도 욕심 때문에 행복을 찾지 못하고 산다. 행복은 보이는 게 아니고 느끼는 것이라고 한다. 피어나는 꽃 한 송이에도 행복이 있고, 눈이 시도록 파란 하늘에도 행복이 있다. 사람들의 생각도 여러 가지다. 여행을 가야만 행복한 사람이 있고, 시장에서 사 먹는 빈대떡 한 개나 순대 한 조각에 행복한 사람이 있다. 아이들은 아무 생각 없이 재미있게 논다. 잠시도 쉬지 않고 웃고 장난을 치며 노는 걸 보면 보는 눈이 즐겁다. 어른들과 다르게 손익을 따지지 않고 순수한 마음으로 노는 것이다. 남이 하니까 하고, 남이 가니까 가는 게 아니고 좋아하는 것을 찾으면 된다. 무엇이 좋은 것인지 모르기도 하지만 찾아보면 많다. 어떤 이는 화초를 기르며 행복을 찾고, 어항에 물고기를 기르며 행복을 만난다. 어떤 이는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산책을 하며 행복을 느끼고, 어떤 이는 봉사를 하며 행복해하는 사람도 많다. 세상은 넓고 사람들은 많은데 하루를 무의미하게 마지못해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 순간순간을 기쁘고 보람 있게 사는 사람도 많다. 선택 없는 인생살이라고 하지만 선택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행복하게 사는 것도, 불행하게 사는 것도 각자가 정하는 것이다. 주위를 보자. 감사할 게 너무 많다. 불평불만은 불편불만을 낳고, 감사는 감사를 낳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