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내일의 손을 잡는... 오늘

by Chong Sook Lee


눈이 녹은 길이 미끄럽다.

스틱을 잡고 살살 내려간다.

자칫 잘못하면 넘어지기 십상이다.

입춘도 지나고 우수도 지나 숲

알게 모르게 자란

나무의 움이 꽉 차서

건너편 오솔길이 보이지 않는다.

봄을 알리는 까치들이

백양나뭇가지를 오르내리며

봄이 온다고 소식을 전하고

다람쥐들도

나무들을 바쁘게 오르내린다.

얼마 걷지 않았는데 덥기 시작한다.

목도리를 풀고 장갑을 벗으니 시원하다.

계곡은 얼고 녹기를 반복하며

얼음 위가 울퉁불퉁하다.

며칠 전 남편과 함께

얼음 위를 걸을 때는

단단하던 계곡이 녹아서

여기저기 물이 고여 있는 게 보인다.

눈부신 햇살이

나뭇가지 사이로 온 숲을 비춘다.

겨울 사이에 더 많이 자란 나무들이

푸른 하늘을 찌를 듯이 서 있다.

추워서 웅크리던 나무들이

기지개를 켜며 봄을 맞는 듯하다.

숲에 사는 새가 된 듯이

걸어가는 발길이 가볍다.

날개가 생겨 날아갈 듯이

씩씩하게 앞으로 걸어간다.

웅장한 산이 아니라도 좋다.

하늘과 땅 사이에 서 있는 나는

우주와 손을 잡고 서 있다.

삶은 순간을 사는 것이다.

어제를 잊고 오늘 안에서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것이다.

오고 가는 온갖 생각은

가상일 뿐 아무것도 아니다.

하늘과 땅과 바람 같은 자연이

나를 이끌어 간다.

실망과 절망을 가져다주는

허상과 싸우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

순간순간을 통해 아름다움을 보자.

세상은 죽어가는 것이 아니고

살아 움직인다.

살기 위한 발돋움 속에

서로 경쟁하고 싸우는 것 일뿐

세상에는 죽음은 없다.

오늘이 없는 어제도 없고

내일도 없다.

오늘 나는 하늘을 보고

바람과 만나서

나무들과 이야기하며 산다.

아름다움은

가상도 허상도 아니고

가슴속에서 피어나는 꽃이다.

양지바른 땅은

어느새 눈이 다 녹아

민낯을 보이며 봄을 알린다.
눈이 녹은 땅옆으로

누런 풀이 누워서 하늘을 본다.

얼마 있으면 헌 옷을 벗고

새파란 고운 새 옷을 입을 것이다.

세상은 돌고 돌며 끝없이 존재한다.

한 가지 옷을 입고

똑같은 음식을 먹는다면

참으로 지루하고 재미없을 것이다.

날마다 변하는 세상이 있어 살맛이 난다.

어제와 다른 오늘이라는 세상이 있어

재미있게 살아간다.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삶의 의미도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일을 만들며 산다.

있던 것은 없어지고

새로운 것들을 만들며 세상을 산다.

아는 길을 따라가면 편안하고

모르는 길을 가면 두렵고 설렌다.

가던 길을 멈추고

가뿐 숨을 고르며 하늘을 보니

조금 전에 없던 구름이 하늘에서 논다.

이런저런 생각이 오고 가듯

구름도 모였다 흩어지며

장난을 친다.

걸어가며 보는 숲 속이

참으로 다채로워

한없이 걸어가고 싶지만

오늘 걷지 못한 길은

내일 걸으면 된다.

보이지 않는 인연의 연결고리로

살아가는 인간들의 삶 속에

묘한 매력이 있어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손잡고 간다.

어제는 어제가 되어 떠나고

오늘은 오늘과 놀다가

오늘이 되는 내일과 함께 놀면 된다.

세상은 그래서 영원히 존재한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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