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빠르다. 일 년 전, 딸의 산후조리를 하러 가야 하는데 산후조리를 어찌해야 할지 몰라 걱정하며 딸네 집에 갈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일 년이 지났다. 태어났을 때 너무나 작아서 만지기도 겁나 쩔쩔맸는데 1살이 되니 앉아서 놀고 무엇이든지 붙잡고 일어나서 걸어 다닌다. 아직은 혼자 걷지 못하지만 의젓하게 노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 태어나서 울고 웃고 먹고 움직이며 일 년 동안 배운 것이 너무 많다. 온갖 여러 가지 장난감을 혼자 가지고 놀고, 보는 대로 흉내 내며 같이 놀고 웃고 하는 것을 보면 참 사랑스럽다. 가르쳐주지 않아도 여러 가지를 배우는 것을 보면 본능이라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지 새삼 느낀다. 일 년 전 예정일보다 조금 일찍 간다고 갔는데 가는 날 밤에 신호를 보낸 뒤로 51시간이 지나 딸이 출산을 하는 동안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른다. 산모는 산모 대로, 나는 나대로 걱정을 하며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새롭다. 손주들이 다섯인데 손주들이 나올 때마다 걱정하며 안달하던 생각이 난다. 시간이 되면 나올 텐데 미리 걱정하고 상상하며 안달을 하는지 모른다. 다 잘될 거라 생각하면서도 괜한 걱정을 했는데 벌써 1살이 되어 재롱을 떤다. 매일 영상통화로 얼굴을 보지만 보면 볼수록 더 보고 싶고 사랑스럽다. 마흔이 가까운 딸이 아기가 없어 나름 어쩌려나 궁금했는데 마흔 살에 예쁜 손자를 안겨주니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하루하루 매사에 갖은 정성을 다하는 딸의 모습을 보니 정말 대견하다. 44년 전 이민을 와서 연년생으로 세 아이들을 낳고 빨리 자라기를 바라며 정신없이 지난 세월이 생각난다. 이민 초기에 남들은 일을 나가 돈을 벌고 윤택한 생활을 하는데 세 아이들을 어디 맡길 수 없어서 집에서 육아를 했다. 일을 나가는 친구들을 보면서 아이들이 빨리 크기를 바랐는데 지나고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아이들과 같이 놀고 웃고 재롱을 본 시간이었다. 아이들이 학교를 가고 직장을 잡고 결혼을 하여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것을 보면 세 아이들을 키우며 보낸 세월이 기적이다. 살기는 좋아졌는데 사는 게 너무 바빠서 쩔쩔매며 사는 아이들을 보면 내가 세 아이들을 어떻게 키웠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도, 유튜브도 없던 시절에 백과사전 하나 들고 와서 모르는 것을 찾아보며 살았다. 지금은 세상이 발전하여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 아이들도 사느라고 여간 애쓰는 게 아니다. 하루가 시작되면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 놓고 하루종일 일을 한다. 퇴근하면 아이들을 데려다 먹이고 씻기고 특기활동을 데리고 다니며 이런저런 숙제를 도와주며 하루를 끝내는 기적 같은 삶을 산다. 그런 것 보면 나는 이민 초기에 6년 동안 일도 안 하고 육아만 했으니 얼마나 행운인지 모른다. 그때 당시에는 나가서 돈을 벌어야 행복한 줄 알았는데 지나고 보니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이 나에게는 특별한 선물이다. 세월이 가고 정년퇴직을 했을 때는 너무 젊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제는 노년의 생활에 익숙해지는 세월이 흘렀다. 생로병사의 진리 안에 사람들은 오고 간다. 자손들이 태어나는 모습에 세월 가는 줄 모르며 살다 보니 어느새 노인이 되었지만 자연의 이치이고 순리이다. 이제는 남은 삶을 잘 살아가는 것만 남았다.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버리고 주위 사람들과 서로 이해하며 친절을 베풀며 살아야 한다. 좋은 생각을 하고 매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사랑스럽게 보면 세상은 아름답다. 먹구름도, 태풍도 이유가 있어 다가온다. 싫다고 불평하고 거부하면 자신만 힘들다. 오면 가고, 가면 오는 게 인생이다.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지면 다시 만나는 것도 인생이다. 없던 것이 생겨나고, 있던 것은 없어지지만 언제 가는 또 다른 무엇이 되어 만난다. 나무가 죽었다고 끝이 나지 않고 가루가 되어 흙이 된다. 흙은 온갖 곳을 다니며 같은 유전자를 찾아 다시 태어나는 것처럼 인간의 삶도 이어진다. 하루가 한 달이 되고 일 년이 되며 야리야리한 손자가 이제 의젓하게 의자에 앉아서 엄마가 주는 미역국을 맛있게 받아먹는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진정한 행복이다. 돈과 명예와 권력을 비롯해서 세상에는 좋은 것이 많이 있지만 사랑스러운 손자를 바라보는 것이 최고의 행복이다. 아이들을 키울 때는 어서 빨리 자라기만을 기다렸는데 손자는 그저 예쁘기만 하다. 바라보기만 해도 행복한 손자. 욕심 없는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는 마음이다. 너를 향한 끝없는 사랑을 어찌 말로 하겠느냐.
손자야. 첫돌을 축하한다. 하루하루 잘 자고 잘 먹고 건강하게 잘 자라거라. 매사에 기뻐하며 삶을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아라. 네가 있어 우리 모두는 너무나 행복하다. 너의 희망과 소망이 모두 이루어지는 삶이기를 기원한다. 사랑하는 손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