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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Mar 02. 2024

생각하며... 희망하며


파란색 물감이 떨어질듯한 파란 하늘이다. 눈이 덮인 창밖은 밝은 햇살로 눈이 부시게 찬란하다. 소나무 주위에 토끼 발자국이 어지럽게 찍혀 있다. 잠을 잘 곳을 찾아왔나 본데 추운 밤에 잠은 잘 자고 갔는지 궁금하다. 집이 크고 작고를 막론하고 추위를 막을 수 있는 집이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집이 없어 이리저리 헤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불법체류자들을 비롯해 하루하루 불안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사회는 불안정하여 나라마다 점점 늘어나는 노숙인들의 문제로 고민한다.


경기가 침체되고 물가가 올라 살기가 힘들어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거리로 나간다. 몇 년 전부터 길에는 도와달라는 싸인을 들고 구걸을 하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서있는 것이 보인다. 겉으로 보기에는 건강해 보이는데 일을 지 않고 구걸을 하는 것은 나름대로 사정이 있을 것이다. 살기 좋은 세상인데 노숙인들이 많아지는 것을 보면 무언가가 잘못되어 가는 게 아닌가 는 생각도 한다. 옛날에는 먹고살기 위해 이를 악물고 열심히 일을 하며 살아야 했는데 지금은 정부보조가 있어서 인지 힘들게 일하기보다 도움을 받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


 기를 쓰고 일해봤자 이것저것 빼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으니 차라리 일 안 하고 편히 앉아서 놀고먹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일을 안 해도 돈을 주는데 뭐 하러 일을 하며 고생을 하냐는 생각이다. 일을 하면 몸은 피곤하고 고생이 되겠지만 보람이 있땀을 흘리고 나서 먹는 빵이 더 맛있다는 것을 모른다. 운전을 하고 가다 보면 사거리마다 한 명씩 서서 도움을 요청한다. 주는 것도 한두 번인데 지나갈 때마다 빤히 쳐다보니 조금은 불편할 때가 있다.


그들도 하나의 조직이라서 시간에 따라 비번을 서는 것 같다. 추운 날 떨며 거리에 서 있는 것을 보면 불쌍한 생각에 마음이 약해진다. 가는 곳마다 도움을 청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을 보면 고생스럽지만 수입이 그리 나쁘지는 않나 보다. 어쨌든 먹고살아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하는지도 모른다. 이곳에는 다운타운에 노숙인촌이 있다. 텐트를 치고 사는데 지난번 혹한때는 텐트 안에서 불을 때다가 불이 났다. 그런 일 이후에 정부에서 노숙인들을 위한 정책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강제적으로 텐트를 철거하고 집을 마련해 주고, 직장을 잡아 일을 하게 하고 학교를 보낸다. 순수하게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고, 자유가 좋아 싫다고 고집하는 사람도 많다. 편하고 깨끗하게 해 주는데 왜 싫어하는지 모르겠지만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오래전 노숙인들 촌이 생기기 전에 한인들이 돈을 모아 다운타운에 한인회 빌딩을 샀는데 그 이후로 노숙인들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한인회 주위에 노숙인들의 텐트촌이 조성되었다. 그로 인하여 한인회 빌딩도 저격대상이 되었다.


 한인회에서 하는 여러 가지 행사 때에 주차를 시킬 공간이 부족하여 회원들이 모일 때는 불편이 생긴다. 한인회관 문이 열려있으면 그들이 마음대로 들어와서 도둑질을 하는 경우도 있어 커다란 철문을 달기도 했다. 여러 가지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다른 곳으로  이전하지 못하는 것은 빌딩값이 엄청 올라서 감히 다른 곳으로 갈 수가 없다. 남쪽에 많은 회원 때문에 남쪽으로 이전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지만 그만한 크기의 빌딩이 없고 새로 지으려면 엄청난 경비가 들기 때문에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한다.


한인회가 생긴 지는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많 부족하고 부흥하지 못한 상태이다. 이곳 사회에 많은 참여를 하기는 하지만 더 많은 한인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하다. 일 년 한 번씩 한인회 회비를 내고, 정부에서 보조금을 받고, 카지노에서 하는 봉사를 통해 자금을 마련하여 행사에 사용하고 있다. 한인들을 위한 행사를 하고 여러 단체에 도네이션을 하기도 한다.


한인회 안에는 한인들을 위한  여러 개의 부속시설이 있다. 노인회와 노인학교가 운영되고 여성회와 문학회가 있다. 여성회에서는 노숙인들을 위한 여러 가지 봉사를 하고, 문학회에서 운영하는 한인 도서관이 있다. 도서관에는 여러 종류의 책이 있고 신간이 규칙적으로 들어오고 있어 누구나 한국 책을 읽고 싶으면 빌려볼 수 있는 좋은 점이 있다. 여러 부속시설이 봉사와 나눔을 통해 한인회는 발전한다.


 이민사회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기도 하지만 사람 사는 곳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도 이상하다. 서로 의견을 주고받기도 하고, 반대의견이 생기기도 하지만 결국 한인들을 위한 방향으로 결정을 내린다. 여러 사람들이 모이는 모든 단체에는 때때로 작은 의견충돌이 생기지만 의견을 보충하여 최선의 방법을 위해 노력한다. 이민 역사가 길어지고 봉사하는 사람들이 나이 들어가며 젊은 사람들이 새로운 한인회의 주춧돌이 되어가며 대교체가 된다. 이제는 주먹구구 식 아닌 제대로 된 운영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주위에 늘어가는 노숙인들을 피해 남쪽으로 이사를 가지 못할 바에 자리를 지키며 튼튼한 한인회를 지켜가야 할 시기이다. 얼마 전부터 한인회를 위한 모금운동을 하고 있으니 머지않아 좋은 일이 있으리라 믿는다. 1960년대 서독광부와  간호원으로 갔던 들이 캐나다로 이민을 오기 시작하면서 이루어진 한인사회다. 그분들이 주축이 되어 이루어 놓은 한인회가 이제는 부족함 없는 단체가 되어간다. 해마다 이곳에서 주최하는 리테지 행사로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알리며 나날이 노력하는 한인회의 모습이 자랑스럽다.


오늘은 105번째 맞는  삼일절 기념식과 한인회 정기총회를 하는 날이다. 한마음, 한뜻으로 애국가 캐나다 국가를 함께 부르며  국가를 위해 헌신한 독립군들을 기억하며 감사하는 날이다. 그동안 자주 만나지 못한 분들을 만나 회식을 하며 담화를 하는 날이기도 하다. 거리에 서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이야기가 여기까지 왔다. 한인회가 발전하여 주위에 텐트를 고 사는 노숙인들 끌어안으며 봉사하는 한회로 거듭나면 좋겠다. 생각은 희망을 낳고 희망은 꿈을 낳는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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