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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Mar 18. 2024

땅속으로... 물속으로 오는 봄


문이 잠긴 마루에
슬그머니 들어와
앉아서
내 등을 다독이는
따스한 손길
겨우내 기다린
햇살이
말도 없이 소파에 앉아
나를 바라본다

오지 않을 것 같은 봄
바람타고 왔는지
햇살 타고 왔는지
훈풍을 데리고
산책 나와서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눈을 녹이고
땅을 헤치며
돌아와
세상의 허물을 벗기고
세상에 없던
새 생명을 키워내며
환희의 환성을 울린다

세상이 좋다고
넘어가기
싫어하는 석양이
곱게
화장한 하늘아래로
사랑을 전한다

달도 별도
만나서
수다를 떠는 밤에
어제의
그리움을 풀어놓으며
유난히 길었던
지난겨울을
이야기한다

헝클어진 머리를
풀어내듯
녹아 흐르는

숲 한가운데의 계곡물은
세차게 세차게
그리운 이가 있는
바다를 만나러 간다

삶은
이렇듯
침묵 속에 이어지는데
봄은
땅속으로
물속으로
우리를 만나러 온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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