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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Mar 16. 2024

기억 속에... 추억도 따라온다


뉴스를 본다. 사람들이 전철역에서 이리저리 급하게 흩어지고 바쁘게 움직인다. 전철이 단전이 되어 아침 출근시간에 당황한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출근 시간이나 약속시간에 늦을 까봐 여기저기 전화로 연락하는 모습이 보이고, 당황하여 가방을 옆에 끼고 어딘가로 달려간다.  얼마나 황당한 일인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원인을 알 수 없지만 그런 일이 생기면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부터 해야 할지 생각이 안 난다. 특히나 외국에서 여행 온 사람이면 황당할 수밖에 없다. 몇 년 전에 딸과 고국에 간 적이 있다. 남이섬에 가려고 표를 예매해 놓고 다음날 여유를 가지고 전철을 타고 가던 중 갑자기 단전인지 아니면 고장인지 모르는 문제로 지하철이 움직이지 않는다. 무슨 일이 생겼나 하는 사이에 방송으로 기계에 이상이 생겨 갈 수 없으니 승객 모두 하차해 달라는 방송이 나온다. 출근하는 사람들은 급하게 행동을 하며 다음차를 탈 수 있는 곳을  향해 뛰어간다. 어디로 나가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 우리는 일단 층계를 올라가서 가까운 출구를  향해 뛰었다. 역 이름이 생소하여 어디로 가야 할지 막연해 사람들이 뛰어가는 방향으로 쫓아갔다. 가던 사람들은 택시를 잡아타기도 하고 버스를 타기도 하는데, 우리는 어디로 가는지 방향을 알 수 없어 일단 택시를 타기로 했다. 택시도 사람을 알아보는지 우리한테는 오지 않고 다른 사람한테만 가는 바람에 택시 타는데도 한참 걸렸다. 간신히 택시를 타고 역을 향해 가는데 가는 시간이 한 시간 넘게 걸린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예매한 표는 버리게 되지만 일단 기차역으로 가기로 했다. 가는 동안 전철역부터 택시를 타기까지 당황하며 설레발을 치던 생각에 웃음이 났다. 한국사람인데, 글을 읽고 말도 하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어리둥절하던 생각을 하면 기가 막혀 웃음밖에 안 나온다. 오랜만에 간 고국에서의 여행은 항상 긴장해야 한다. 세상이 너무 달라져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한심할 때가 너무 많다. 시장에서 장을 볼 때도 어리바리하여 외국에서 온 동양 사람으로 오해를 받는다. 44년을  이곳에서 살다 보니 모든 것이 어설프다. 일단은 택시를 타고 역에 도착하여 표를 다시 사서 남이섬에 갔다. 1970년대의 남이섬은 어디로 갔는지 자취도 없이 달라져있어 그에서도 어리둥절했다.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이리저리 다니며 자전거도 타고, 집라인도 타며 그곳에서 유명하다는 식당에 가서 맛있는 음식도 먹었다. 아무리 세월이 흘렀지만 너무나 변한 모습에 나는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 딸을 따라다니며 놀았다. 딸은 나를 믿고 왔는데 나도 잘 모르니 면목이 없었다. 하루여행으로 여러 가지를 경험하며 많이 웃은 날이었다. 그렇게 힘들게 찾아간 남이섬 추억은 오늘날까지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이 되었다. 어쩌다 텔레비전에서 '집라인'이 나오면 즐거웠던 그때로 돌아가 설레게 된다. 딸이 타고 싶어 하니 생전 타보지 못한 '집라인'이라 겁이 났지만 용기를 내서 탔는데 너무나 재미있었다. 기차가 단전되어 사람들이 오락가락하며 갈길을 찾아 헤매는 모습을 보니 그때가 생각난다. 이민초기에 영어를 못해서 여러 가지 다양한 경험을 했다. 버스를 반대로 타고 다 보니 종점에서 내리고 다시 타고 오기도 했다. 식당에서도 주문을 제대로 못해서 우물쭈물했는데 여러 가지 시행착오 끝에 서서히 이곳에 적응하며 산다. 오히려 한국에 가면 외국에 간 것 같다. 사람들은 눈치가 빨라 커피나 빵하나를 사도 외국에서 온 줄 알아차린다. 생긴 것도 말투도 다를 것이 없는데 이상하게 어설프고 다르게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 걸 생각하면 혼자 한국에 가는 것이 어떤 때는 엄두가 안 난다. 영어를 잘 못해도 살아온 이곳에서 살아가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오랜만에 가는 한국은 내 조국이지만 왠지 거리감이 생긴다. 내가 떠나올 때는 후진국이던 한국이 지금은 선진국이 되었다. 모든 것이 세련되고 멋있고 발달되어 평범하게 살아온 나로서는 감당하기 어렵다. 사람의 생각도 예전 같지 않다. 언젠가 길을 잘 몰라서 길을 물어본 적이 있는데  이상하게 보는 것을 느꼈다. 옛날에 시골 사람이 서울에 올라와서 어리둥절하는 모습처럼 보였나 보다. 한국말을 하는데 옛날 스타일이고 글을 읽을 줄 아는데 한국말로 된 영어를 이해하지 못한다. 한국말이 이상하게 변형되어 는 것을 보면 어느 날 한글이 아주 없어져 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매일매일 쏟아져 나오는 신조어를 이해하지 못하여 쩔쩔매는 이방인이 되는 현실이다. 이곳에서 이민자로 살고, 고국방문 할 때는 외국인으로 살아야 하는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세상에 몇 년한 번씩 찾아가는 고국은 내가 생각하고 기억하는 고국이 아니다. 눈부시게 발전한 고국이 좋고, 세련되고 멋진 국민들이 좋아 보인다. 문제가 있어도 현명하 지혜롭게 해결하는 대한민국 국민이 멋지다. 누가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아도 각자가 알아서 앞으로 나아가는 슬기로운 민족이다. 기차가 단전되어 각자 해야 할 일을 알아서 한다. 누구 하나 어리둥절하지 않고 각자의 길을 걷는 모습이 믿음직스럽다. 내가 한국을 떠나오던 1980년 4월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국민성으로 발전하는 한국을 보면 참으로 자랑스럽다. 선진국으로 무엇 하나 부족함 없는 한국이 앞으로도 더 많은 발전이 있기를 희망해 본다. 하늘이 파랗다. 고국의 봄이 그립다.

(그림: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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