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ong Sook Lee Mar 21. 2024

어제는 봄... 오늘은 겨울


겨울을 우습게 봤다
봄이 오면
무서워서
그냥 갈 줄 알았는데

세상을 점령하고

갈 생각을 안 하는
겨울의

심술이 보통 아니다

가다가
다시 돌아와

눈으로 천지를 덮고
으스대고 있다
사람들은
다시 겨울이 왔다고
깊숙이
집어넣은 겨울옷을
꺼내 입는다

쉽게 갈 이유가 없는
겨울은
봄이 오는 길을 막고
약을 올린다
나무의 싹은
잔뜩 오므라 들고
거리의
자동차들은

눈이 와서 미끄러운 길을
술 취한 양
비틀거리며 간다

미련 많은 겨울인지
변덕스러운 봄인지
가야 할 겨울이
가지 않는 것인지
와야 할 봄이
오지 않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계절이다

세상은 다시
하얀 담요를 덮고
겨울이 빨리
지나가기를 기다리는데
가지 않는 겨울을
보낼 수 없어
무심한 하늘만
바라본다

무거운 땅을
헤치고 나온
파란 싹이
웅크리고 앉아 있는데
눈치 없는 겨울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어제는 봄
오늘은 다시 겨울
며칠을 머물다 갈
겨울인데
쫓을 수 없으니
끌어안아야겠다
다시 올 겨울이기에
서운하지 않게
다독거려 본다


(사진:이종숙)



작가의 이전글 예전에는 몰랐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