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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Mar 30. 2024

봄은... 이미 우리 옆에 있다


눈 쌓인 주차장에
오리 한 쌍이
추워서 웅크리고 앉아
괜히 일찍 왔다고

후회를 하며

언제나 봄이 오나
하늘을 본다

봄은 이미
와 있는 줄 모르고
기다
땅속에서 오는 봄이
보이지 않아
봄이 안 오는 것 같지만
고운 햇살에
기다리는 봄이 있다

꽃이 피기 

열매가 맺기를
기다려야 하듯이
기다리면 되는데
기다리지 못하고
봄이 오지 않는다고
안달을 한다


소리 없이

바람 따라 춤을 추며

오는 봄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비밀스러운 곳에서
우리를 기다린다
아지랑이에
봄이 피어나고
버들강아지에
봄이 올라온다

산비탈
양지바른 곳에
파릇파릇 솟아나는
봄나물의
이파리로 태어나고
강남 갔던
기러기의 날개 속에
품어진다

눈이 아직
녹지 않는 황량한
주차장에
성질 급한 기러기가
서성이며
동무들을 기다린다

기러기가 날아다니고
비둘기가 몰려다니며
봄이 왔다고 하는데
심술궂은
꽃샘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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