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ong Sook Lee Apr 05. 2024

동네를 접수한... 까마귀



어디선가
따뜻한 곳에서
겨울을
돌아온 까마귀가
새벽을 깨
하루를 연다


어디를 다녀왔는지
검게 탄
까마귀들이
여기저기 다니며
반갑다고 인사를 한다


시끄러운
까마귀는
아주 부지런하여
동이 트기가 무섭게
하늘을 날아다니며
깍깍대고
동네방네 떠들며
봄이 오는데
뭣들 하느냐고
시끄럽게 짖어댄다


전봇대 꼭대기에
앉아서
세상을 내려다보는
까마귀가 낯이 익다


몇 년 전
우리 집 앞뜰에 있는
소나무 가지에서
새끼 까마귀가
어미가 가져다주는
먹이를 먹으며
걸음마를 배우던
그때 그 까마귀인지
모르지만
다시 만나 반갑다


까마귀는
머리가 좋아
의리가 있고
은혜를 갚고
원수도 갚는다고 한다


까마귀의 모정은
사람 이상으로
애절하고 깊다

멀리서
새끼를 바라보다가
새끼가 위험에 빠지면
쏜살같이 다가와
적으로부터
새끼를 보호한다


까마귀가
엄청 크고
짖는 소리가 시끄럽지만
사람들에게
해를 주지는 않고
그들대로의 삶을 산다


까마귀가
동네를 접수했으니
같이 살아야 한다
생긴 게
우악스러워서
무섭고 징그럽지만
가만히 보면
곱고 예쁜 털과
멋진 날개를 가졌다


싫다고 하지 말고

좋아하면

말 못 하는 짐승도

이 드는 것

동네방네 떠들며

따뜻한 봄소식을 전해준다


깍 깍

소리 지르며

잠을 깨워주는
고마운 알람시계
마귀와의 전쟁이다


(이미지출처:인터넷)
작가의 이전글 백조는 호수에서... 나는 수영장에서 논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