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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May 05. 2024

가정의 달... 아름다운 5월이다


5월이다. 뭉게구름이 예쁘게 피어나는 아름다운 5월이다. 5월은 어머니날과 큰아들 생일이 있어 해마다 모이지만 오늘은 빅토리아에 살고 있는 딸과 외손자도 다. 두 아들 며느리와 손주들 그리고 딸과 외손자 열두 명이 모인다. 사위는 직장 관계로 오지 못했지만 14개월 된 외손자가 재롱을 부리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도록 행복하다. 이런저런 예쁜 짓을 하는 것을 보면 정말 사랑스럽다. 손주들이 많지만 어느새 많이 커서 할머니 할아버지는 시시한 다른 손주들보다 늦게 태어난 외손자가 더욱 사랑스럽다. 내리사랑이라는 말이 맞다. 곰국을 끓여놓고 묵과 잡채를 만들고 수육을 만든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며 머릿속에는 온갖 외손자 볼 생각에 설렌다.


멀리 살고 있는 딸이 매일매일 영상통화를 하 볼 때마다 부쩍 자라는 모습을 본다. 반갑다고 고사리 같은 손을 흔들고, 사랑한다고 입술 뽀뽀를 하며, 눈을 깜짝이며 윙크하고 뭐라고 이야기를 한다. 손주들과 놀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손주들과 오목을 두고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돌기도 한다. 아이들은 참으로 천진난만하여 걱정이 없는 것을 보면 걱정을 사서 하는 어른들보다 훨씬 행복하다.


슬프면 울고 좋으면 웃으며 순간을 즐기며 산다.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신경 쓰지 않고 산다는 것은 그만큼 행복한 것 같다. 나이가 들고 철이 들면 욕심이 생기고 걱정을 하며 인생은 복잡해져 간다. 아무런 걱정 없는 손주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좋고 가면 보고 싶고 또 만나고 싶다. 아이들이 왔다 가면 한바탕 몸살을 앓고 나지만 한 번씩 만나서 왁자지껄 떠들며 이리저리 몰려다니고 먹고 웃는 시간이다.


가보지 않았던 식당에 가서 안 먹어본 음식을 먹으며 새로운 세상을 구경하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의 세계를 배운다. 그들의 늠름한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 이제 세대교체가 되어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앞장을 선다. IT 세상이 되어 아이들 없으면 꼼짝을 못 한다. 아이들이 더 많이 알고 빨리 적응한다. 알던 것도 기억력이 떨어져  매사에 자신이 없어지는 것을 느낀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우리가 앞장서서 이런저런 일을 하며 살았는데 지금은 아이들에게 물어본다.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모르겠다. 나이가 들면 아이로 돌아간다는 말이 맞다.


딸이 열흘 동안 있다 간다고 하니 좋은 시간을 가지며 많은 추억을 남기고 싶다. 둘째 며느리가 첫 손자를 낳았을 때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아들 며느리가 결혼 후에 호주로 가서 살며 임신을 하고 예정일이 가까워지는데 가볼 수가 없었다. 며느리 친정엄마가 산후조리를 해준다고 가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데 막상 손자를 는 날 저녁에는 잠 한숨 못 잤던 기억이 난다. 오랜 진통을 하고 결국 제왕절개를 했는데 손자와 며느리 모두 건강하다는 말을 들은 뒤에 얼마나 안심이 되었는지 모른다.


너무 멀어 가볼 수가 없던 것을 생각하면 이민 와서 24일 만에 첫애를 낳았을 때 오지 못하고 가슴을 태우신 친정엄마의 마음이 짐작이 간다. 그렇게 마음을 졸이며 태어난 첫 손자는 열세 살이 되었고 그 뒤로 손주 넷이 더 태어났다. 작년 2 말에 태어난 외손자의 재롱을 보며 열흘동안 함께 지낼 생각에 벌써부터 설렌다. 이번에는 시간이 조금 천천히 가면 좋겠다. 온다고 할 때 언제 오나 했는데 왔으니 열흘도 금방 갈 것이다. 오랜만에 정집에 다니러 온 딸이 마음 편하게 잘 있다가 길 바랄 뿐이다.


엄마 음식을 좋아하는 딸을 위해 무언가 맛있는 음식을 해주어야 하는데 이번에는 엄마 음식을 배워 간다고 단단히 벼르는 것 같다. 엄마 음식이라야 특별한 음식도 아닌데 뭐가 그리 좋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배우려고 하니 아는 대로 가르쳐 주어야겠다. 아이들이 어릴 적 만들어준 음식 중에 수육과 칼국수 잡채와 묵과 만두를 좋아한다. 아이들이 어릴 때 외식을 하지 않고 무엇이든지 집에서 만들어 주었기 때문에 지금도 여전히 내가 만든 음식을 좋아한다.


나이가 들어 때로는 귀찮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잘 먹는 걸 보면 오기 전부터 만들 준비로 바쁘다. 시어머니 음식은 잘 안 먹는다는데 우리 며느리들은 시어머니 음식이 최고라고 과찬을 하며 잘 먹어주어서 고맙다. 요즘 아이들은 외식을 하여 입맛이 다른데 어릴 적부터 먹던 음식이라 그런지 맛있게 먹는 아이들이 고맙다. 자주 만날 수는 없지만 특별한 날을 잊지 않고 찾아오는 아이들이 있어 행복하다.


먹을 것을 해주고 실컷 놀고 쉬다 가면 에너지가 생겨서 도움이 되리라 생각이 든다. 가족이라는 인연으로 만나 살아가면서 서로를 사랑하고 이해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것을 날이 갈수록 실감한다. 어느 날 내가 더 이상 요리를 할 수 없을 때까지 아이들이 내 음식을 잘 먹었으면 좋겠다. 세상이 변하여 즉석요리가 많아진다. 요리를 잘하지 못해도 오븐에 넣기만 하면 근사한 요리가 나오고 스토브에 올려 끓이기만 해도 맛있는 찌개를 먹을 수 있는 좋은 세상이지만 만들 수 있을 때까지 오래도록 만들어 주고 싶다. 가정의 달 아름다운 5월에 모두 모여 웃는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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