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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Jun 02. 2024

하늘과 땅과... 구름과 바람


눈부신 햇살이 곱게 내리쬐는 아침이다. 창밖으로 바라보는 파란 하늘은 그야말로 너무나 아름답다. 어제의 어둠은 어디로 갔는지 흔적조차 없고 새날이 밝았다. 바람은 어제의 모든 것들을 가지고 어딘가 가버리고 평화의 아침이 오고, 무섭게 불던 바람에 춤추던 나무들은 점잖게 서서 세상을 내려다본다. 바람 속에서 어디로 갈지 몰라서 창공을 방황하던 새들은 어딘가에서 휴식을 취하는지 동네가 조용하다. 바람이 불지 않고 비가 오지 않고 구름이 없는 세상은 그림같이 보기 좋지만 이런 날만 계속되면 세상은 멈출 것이다.


구름이 오고 가며 바람이 불고, 비가 오다가 해가 비추면 식물이 자란다. 좋은 날만 있다면 소중한 것을 모르게 된다. 자연의 섭리 속에 생명이 이어지고 우리는 살아간다. 봄 같은 봄이 아니라 짜증이 나지만 지구 한쪽에서는 살인적인 폭염으로 고생을 하는 것을 생각하면 비 오고 바람 부는 날씨가 너무나 고맙다. 또 한쪽에서는 토네이도로 빌딩이 무너져 내리고 사람들이 다치고 죽는 일을 생각하면 비와 바람이 얼마나 다행인가? 세상만사 생각하면 고맙지 않은 게 없다는 말이 맞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면 나가지 않고 집에서 있으면 된다. 당장에 나가지 않으면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니고 집안에도 할 일이 많다. 그동안 밀린 청소를 하거나 정리를 하면 된다. 할 일은 많은데 밖에 날씨가 나쁘다고 불평을 한다. 한동안 쓰지 않아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물건들이 많다.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사다 놓은 물건들이 많고 몇 번 쓰다가 안 쓰는 물건들도 많다. 옷이나 신발도 그리 많이 필요 없는데 버리지도 않고 끼고 산다. 사람의 욕심은 어디까지일까? 있어도 사고 쓰지 않으면서 버리지도 않고 쌓아놓으며 집이 작다고 하고 쓸데없는 물건을 정리하려고 정리소품을 산다.


세상은 쓰레기통인데 사람들은 쓰레기를 한없이 만들어낸다. 일주일에 한 번 가져가는 쓰레기 양이 엄청 많다. 어디에서 그만큼의 양의 쓰레기가 나오는지 모른다. 물가가 비싼 요즘에 사람들은 새물건을 구입하지 않고 변화를 주며 살아간다고 한다. 여름 샌들에 작은 모형으로 된 스티커를 붙이면 기분전환이 된다고 하는데 결국엔 또 다른 쓰레기를 만드는 셈이다. 사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고 다른 것으로 기분전환을 하는 것도 좋지만 해결책은 아니다.


사람이 사는 동안 쓰레기는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버려진다. 장을 보러 나가면 새로 나온 산뜻한 물건이 눈에 보인다.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만지작 거리다 결국 사가지고 온다. 집에서 쓰던 물건이 멀쩡하여 며칠만 더 쓰고 새 거로 바꿔야지 하며 새로운 물건을 어딘가에 모셔놓고 잊어버린다. 매일 만나는 사람이 편한 것처럼 매일 쓰는 물건이 손에 익어 그냥 쓰면 되는데 쓰레기 하나를 더 사다 놓은 격이 된다.


예쁜 뭉게구름이 그림처럼 펼쳐진 하늘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오늘은 어디를 가서 무엇을 할까 생각한다. 퇴직하기 전에는 이런저런 생각할 틈 없이 아침에 일어나면 일 나가기 바빴는데 이제는 할 일을 찾는다. 날씨가 좋아 숲으로 산책을 가는 것은 좋은데 민들레 홀씨와 나무껍질이 눈같이 날아다니며 여기저기 쌓여있다. 안 그래도 계절성 알레르기가 있는 나로서는 걱정이 앞선다. 그렇다고 주말에 사람들이 많은 수영장에 가는 것도 망설여진다. 많은 사람들이 가족과 함께 올 것이 뻔하다.


당장에 나가서 할 일도 없고 특별한 약속도 없으니 천천히 생각하며 창밖을 본다. 꽃들이 앞다투며 피고 지고 녹음이 짙어간다. 어제는 겨울 같은 봄이 5월과 함께 가고 오늘은 봄 같은 여름인 6월이다. 며칠 전에 텃밭에 심어놓은 모종들이 적응하느라 고생을 하지만 머지않아 식탁에 오를 것이다. 지인들과 서로 모종을 주고받으며 이렇게 계절이 오고 간다. 씨를 뿌리고 싹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싹이 나오면 잘 자라기를 바란다. 웬만큼 자란 모종을 텃밭에 옮겨 심으며 잘 크기를 바라는 손길은 바쁘다.


애지중지하며 자란 채소가 밥상에 오르면 그야말로 기특한 마음에 채소를 쓰다듬으면 먹는다. 잘 자라서 고마워, 맛있게 먹을게. 아삭아삭하고 연한 채소를 먹을 생각에 입안에는 벌써 군침이 돈다. 살아가는 하루하루는 예술이다. 특별하지 않아도 좋다. 매 순간 오만가지의 생각이 오고 가며 우리를 살게 한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을 보고 위로받고, 수많은 꽃들이 피어나는 땅을 보며 살아갈 힘이 생긴다. 살다 보면 실망도 하지만 세상은 이런 잔잔한 행복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봄을 기다리며 추운 겨울을 견디며 봄과 여름을 만나 웃는다. 계절은 다시 곱게 치장을 하고 살만한다고 이야기하는 가을이 된다. 봄여름이 좋다지만 나이 들어갈수록 가을이 더 좋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숲을 걸으면 차곡히 쌓인 추억 속에 지난날들이 아름답게 꽃처럼 피어난다. 단풍 진 나뭇잎을 보며 낙엽을 밟으며 걷는  세상은 더없이 소중하다. 알게 모르게 변하는 모든 것들은 우리를 살아가게 한다. 바람이 불고 비가 오기에 우리는 산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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