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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아... 천천히 쉬어가라
by
Chong Sook Lee
Jun 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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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불어도 엄청 심하게 분다.
무슨 이유인지
어제부터 쉬지 않고 분다.
태풍이 오는 것처럼
세상을 뒤집을듯 분다.
서있으면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 같다.
벽난로 굴뚝 뚜껑이
열려서 덜렁거린다.
나무들이 온몸을 흔들며
고고춤을 추고
언덕에 있는 풀도
넘심 대며 어깨춤을 춘다.
멋있다는 말이 나온다.
바람 부는 모습을
바라보는 나의 눈에는
춤을 추는 풀들이
멋있게 보이지만
바람을 맞고 서 있는
나무나 풀들은
무척 힘들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세상 바람으로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지고
힘겹게 산다.
한평생 사노라면
누구나 나름대로의
고충을 견디며 살아간다.
길거리에 나무 가지가
심한 바람에 꺾여
떨어져 여기저기 뒹군다.
이제 막 세상에 나와
새이파리를 달고 있는 나뭇잎이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꺾어져 버린 것이다.
늙고 병들어
간신히 버티고 서있던 나무들이
바람에 쓰러져
밑동을 드러내고 넘어져
수많은 뿌리가
하늘을 보고 누워있다.
바람은 그렇다.
그냥 지나가지 않고
흔적을 남기고 간다.
머리가 헝클어지고
옷매무새가 흐트러진다.
어디에서 온 바람인지
밤새도록 불고도 모자라
오늘 하루종일 불어댄다.
바람아 바람아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쉬었다 가
라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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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ng Sook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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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ng Sook Lee의 브런치입니다. 글밭에 글을 씁니다. 봄 여름을 이야기하고 가을과 겨울을 만납니다. 어제와 오늘을 쓰고 내일을 거둡니다. 작으나 소중함을 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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