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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시... 오고 가는 봄
by
Chong Sook Lee
May 3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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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만발한 봄이다.
나무들은 저마다의 꽃을 피우고
사람들의 눈길로 교만해지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으스대는 것 같다.
길가에 자라는 작은 풀도
꽃을 피우며
살아있음을 보여준다.
짧고 길고를 막론하고
모든 계절은 저마다의
다른 매력이 있다.
길고 추운 겨울이 싫다고 해도
하얀 눈꽃은
봄꽃 이상으로 가슴을 설레게 한다.
오래도록 기다리고
잠시 다녀가는 짧은 봄이지만
봄은 생각만으로도 그립다.
짧지만 화려하게 다녀간다.
여름은 여름대로
푸르른 녹음과
몽실몽실한 뭉게구름 속에
꿈처럼 지나가고
가을은 가을 특유의 매력으로
가슴을 뛰게 한다.
그러기에
어느 계절이 제일 좋으냐 는
질문에는 답이 없다.
더없이 아름다웠던
지난가을은
겨울이 오지 않기를 막연히 기다렸고
춥지 않던 겨울이지만
간절히 봄을 기다렸다.
하지만 너무 춥고 바람이 불어
봄 같지 않은 올해의 봄
계절은 제 할 일을 한다.
노란 개나리 꽃이 피고
이름을 알 수 없는
노란 꽃과 보라색 꽃이 핀다.
라일락꽃이 피어나고
밥풀꽃도 피고
마가목나무에도
하얀 꽃이 핀다.
사과꽃이 예쁘게 피는데
심술궂은 비와 바람이
벌이
오는 것을 방해한다.
앞뜰에 서 있는
늙은 자작나무가 하얀 꽃으로
낡은 가지를 숨기고 피어난다.
이제 머지않아
남쪽을 향한 화단에는
금잔화와 장미가
피어날 것이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노란 금잔화꽃은
여름부터
추워지는 초겨울까지
피고 지는
데
꽃이 너무 고와서
보고 또 본다.
변덕 심
한 사람들은
불평하며 살지만
계절은
올 때를 알고 갈 때를 안다.
꽃은 피라고 하지 않아도 피고
지라고 하지 않아도 진다.
아무리 추워도
피어날 꽃은 피고
날이 좋아도 시들어 떨어진다.
봄이 간다.
5월이 간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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