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해를 가린... 검은 구름

by Chong Sook Lee


비가 온다
봄이 온 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여름 장맛비처럼
매일 비가 와서 춥다


꽃들은
제대로 피지 못한 채
시들고 떨어지고
벌은 얼씬도 못한 채
봄은 간다


여름이라도
금방 오면 좋을 텐데
이대로 가면
가을이 올 것 같은
날이 계속된다


나무들은 좋다고
두 팔을 벌리고
씩씩하게 서 있고
세상은 여전히
무심한 듯 돌아간다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에서
서로를 향한
원망의 손가락질이
이어지며
상대를 죽이기에
여념이 없는 현실에
삶은
서로를 갉아먹는다


승리는 패배의 분신
승자도
패자도 없는
허망한 지구 위에서
아무것도 남지 않는
무엇을 위해
내리는 비의 선율

언제가 끝일까


(사진:이종숙)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