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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Jul 09. 2024

계속되는... 여정의 마지막날 밤


카나나스키스에서의 첫날밤이 지나고 50분 정도 떨어진 캔모어로 간다. 산으로 둘러싸인 길을 따라 앞으로 간다. 하느님이 창조한 것들은 완벽하다. 산과 바다와 나무와 하늘이 기가 막히게 어우러져 아름다운 세상을 만든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고 부드러운 바람이 분다. 스치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웃으며 아침인사를 하는 평화로운 아침이다. 식당의 주차장은 주차할 장소가 없을 정도로 바쁘다. 많은 사람들이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산을 바라보며 식사를 하는데 바쁜 시간에 도착한 우리는 실내로 안내되었다. 실내에는 여러 가지 그림과 장식이 있어 그것만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눈이 바쁘다. 열명이 움직여야 하니 정신없지만 좋다. 딸네 식구까지 하면 13명인데 딸이 참석하지 못해 열명이지만 대단한 축복이다. 남편과 둘이 이민 와서 44년이 지나니 식구가 많이 늘었다. 아이들 모두 짝을 맞추고 손주가 다섯이 되어 대식구가 되었다. 세계가 인구감소로 걱정을 하는데 우리는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된다. 각자 먹고 싶은 것을 주문해서 기다리는 동안 아이들은 무엇이 그리 재미있는지 이야기하며 연상 웃음을 자아낸다. 두 아들 며느리는 그동안 하지 못한 말이 많은지 이런저런 이야기로 바쁘고 손주들도 장난하며 시간을 보낸다. 주문한 음식이 나와 맛있게 먹고 캔모어 다운타운을 돌아본다. 몇 번 와본 곳이지만 여전히 좋다. 바로 산 아래에 있는 거리에는 여행객들이 상점을 들락거리며 구경을 하고 식당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 사시사철 바쁜 이곳은 유명한 관광지인데 주변을 돌아다니며 산책을 하고 캠핑도 한다. 개울물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난 길을 따라간다. 나무는 하늘을 향해 뻗어있고 나무사이로 파란 하늘이 얼굴을 내밀고 웃는다. 새들과 다람들은 열심히 땅과 하늘을 돌아다니며 삶을 즐기고 사람들은 여기저기 구경하느라 바쁘다. 사람 사는 곳은 거의 같지만 새로운 곳에 와서 새로운 삶을 구경하는 것은 삶의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친구들과 는 여행도 좋지만 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은 즐거움을 더해주기에 자주 하지는 못하지만 시간 나는 대로 기회를 만들며 산다. 형제가 없는 시대에 삼 남매를 둔 것은 정말 다행이다. 대가족이 어쩌다 만나서 웃고 즐거운 시간을 는 것은 돈주고도 못 사는 행복이다. 시내를 돌며 이런저런 구경을 하고 또 다른 일정을 위해 다시 카나나스키스로 돌아간다. 고속도로는 한가롭고 끝없이 펼쳐진 풍경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답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한가로운 시간을 갖는 사람들이 보기 좋다. 1891년도 지어진 교회에서  지금도 예배를 보고, 옛날 옷들을 어 놓고 판매를 하는데 시대를 돌아간 것처럼 신기하고 재미있다. 동네를 차로 돌아보고 다시 카나나스키스로 되돌아가 작은 아들네는 수영장에 가고 큰아들네와 트렉킹을 하러 엘보 레이크로 간다. 차로 3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곳인데 트레킹 시간은 1시간 반정도 걸린다. 처음에 길이 가파른 자갈길을 걸어가는데 숨이 차서 끝까지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갔다. 숨이 차고 다리에 힘이 빠져 그만 걷고 싶은 마음이 들 때 내리막길이 있어 천천히 내려가다 보니 다시 오르막 길이 나온다. 매일 걸으며 산책을 해서 그런지 아까와는 달리 기운이 생긴다. 손주들과 아들 며느리와 같이 걸으니 재미있어 힘든 줄 모르고 앞으로 간다. 숲 속을 오르내리며 커다란 호수에 도착했다. 호수물은 에메랄드 빛으로 눈이 부시다. 록키산으로 둘러싸인 곳에 있는 호수는 기막힌 절경이다. 바람이 살 불어오고 산을 끼고 있는 잔잔한 호수옆을 걸어간다. 연한 녹색의 물색이 마치 수채화를 그려놓은 것 같이 아름답다. 속이 환히 들여다 보일 정도로 맑은 물이 하늘과 나무를 포옹하며 호숫가에 내려앉았다. 몇몇 사람들이 낚시를 하고 가까이 보이는 잔설 쌓인 산을 바라보느라 넋이 나간 듯 한참을 본다. 이리도 아름다울까 끝없는 감탄을 하며 내려온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이 한산하다. 앞서가던 몇몇 차들이 서서 무언가를 구경한다. 산양가족이 길거리에 서서 무언가 먹고 있다. 새끼양들이 엄마 양을  따라다니며 세상을 배운다. 오는 길에 우연히 본 구글뉴스에 오늘 다녀온 엘보레이크에 곰이 나타났다고 조심하라는 경보가 뜬다. 모르고 간 곳에서 곰이 나왔다는 놀라운 뉴스를 듣고 하마터면 곰을 만날 뻔했다는 생각에 가슴이 내려앉는다. 물론 곰이 사람을 해치지 않고 숲으로 들어갔다고는 하지만 겁나는 뉴스다. 서서히 도착하여 미리 예약해 놓은 식당으로 저녁을 먹으러 간다. 스테이크와 파스타 그리고 이름도 알 수 없는 여러 가지 음식과 술과 음료수 시켜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배가 너무 불러서 주위를 걸으며 소화를 시킨 후에 아이들과 수영장으로 간다. 어제는 수영장물이 너무 차가웠는데 오늘은 따뜻하다 못해 뜨겁다. 많이 먹고 트래킹을 했더니 피곤이 밀려온다. 수영장에 잠시 있다가 호텔방으로 돌아가 잠을 청하는데 잠이 안 온다. 이 밤이 지나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 일상으로 돌아간다. 아들 며느리 그리고 손주들도 피곤한지 잠자리에 들자마자 곯아떨어진다. 석양은 어느새 자취를 감추었는데 화이어피치에서는 달콤한 기타 소리와 흥겨운 노랫소리가 들린다. 오늘이라는 시간이 가는 것이 아쉬운 듯 밤이 깊어다. 오늘이 가면 내일이 오고 새로운 희망의 시간도 온다. 밤하늘의 별이 눈부시게 빛난다. 눈을 감으니 낮에 본 아름다운 산과 호수의 파란 물이 눈이 보이는 듯하다. 깊어지는 밤처럼 나도 꿈여행을 떠난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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