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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May 14. 2020

 만둣국 한그릇에...  행복해 하던 사람들





오랜만에 만두를 만들었다. 두부와 김치 그리고 당면과 간 소고기와 양파를 갈아서 넣고 만들었다. 멸치로 다시 국물을 만들어 만두를 넣어 끓여먹으니 식당을 하던 때가 생각난다.





매주 금요일은 만두를 만드는 날이다. 금요일 아침 아니 전날밤부터 금요일이 설렌다. 목요일에 닭 4마리를 오븐에 구워 기름을 뺀 닭은 살을 발라놓고 뼈로 만둣국 국물을 만들어 놓으면 아침에 기름이 굳어 하얗다. 기름을 걷어내고 불에 올려서 더 끓이는 사이 아침을 먹으러 오는 손님들은 각자 앉고 싶은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편안한 시간을 갖는다. 단골이 많은 우리 식당은 손님의 취향을 손님 본인보다 우리가 더 잘 안다. 손님이 들어오면 남편은 기호에 맞는 커피를 가져다준다. 나는 음식 준비를 한다. 손님도 우리도 자연스럽게 눈길로 주문을 하고 주문을 받고 나는 그의  음식을 만든다. 많은 손님들이 매번 평소에 즐겨먹는 음식을 먹기 때문에 일부러 주문을 받을 필요도 없고 주문을 하려 들지도 않는다.

뒤에서는 만두 국물이 끓고 있다. 손님의 음식을 만들어 가져다주고 나는 틈틈이 만두를 만든다. 금요일 아침에 손님을 받으며 만두 300개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손을 빠르게 움직인다. 하나 만드는데 5초를 넘기면 안 된다. 만두피를 손에 잡고 가장자리에 물을 묻혀서 만두소 한 숟갈 넣어서 오므려서 꼭 눌러 옆에 쟁반에다 차곡히 나란히 쌓아 놓는다. 그렇게 하기를 300번 해야 하기에 마음도 몸도 바쁘다. 중간중간에 손님 음식을 해주며 만두를 만들며 틈틈이 손님들과 대화를 하며 안부도 묻기도 하기 때문에 금요일은 그야말로 '불금'이다. 22년 동안 거의 매주 금요일은 만둣국을 끓여왔다. 한국을 방문하기 위해 문을 닫을 때 이외 에는 되도록이면 만두를 만들었다. 손님들도 목요일부터 "내일은 만둣국 날이지?" 하며 기다린다.

오랜 세월 동안 먹어 온 만둣국이라서 그런지 그들은 고향의 엄마 맛을 느낀다며 좋아한다. 만두소라고 특별한 것을 넣은것도 아니다. 양배추와 양파 그리고  당근을 작게 썰어 넣고 계란을 넣고 간 소고기와 소금 후춧가루, 참기름을 넣고 섞으면 만두소는 완성된다. 한 가지 비결은 밀가루 한 숟가락을 넣어 만두소와 함께 섞으면 서로 엉겨 붙어 좋다. 특별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좋아한다. 국물은 바글바글 끓고 만들어 놓은 만두를 넣고 양배추를 듬성듬성 썰어서 집어넣고 양념을 넣고 한번 끓여내면 만둣국은 완성이다. 양식에 곁들여 먹는 만둣국은 작은 그릇에 만두 4개를 넣고 파로 고명을 얹으면 된다. 어디가 아파도 와서 먹고 마음이 외로워도 와서 먹는다. 서쪽 끝에서  만둣국을 먹으러 남쪽에 있는 우리 식당으로 온다.

배가 아무리 고파도 오는 길에 그 많은 식당을 지나치고 우리 식당으로 온다. 배가 고파도 참고 멀리 까지 와서 한 그릇 먹고 가면 에너지가 생긴다며 와서 먹는다. 때로는 피곤한 마음에 만들고 싶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들을 실망시킬 수 없기 때문에 되도록 매주 만든다. 손님이 별로 없는 연휴라서 안 만들고 싶어도 북쪽 끝에서 만둣국 하나 먹으려고 오는 손님과 금요일을 눈이 빠지게 기다리는 손님들 때문에 게으름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었다. 오랫동안 한 군데서 장사를 하니 손님이 아니라 내 가족이었다. 부모이고  형제이고 자식이고 손주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어떻게든 만들어 주는 엄마처럼 다 만들어 주는 나는 그들 에게 엄마나 다름없었다. 많은 손님들이 엄마라고 불렀고, 언제 어느 때 와도 원하는 것을 맛있게 만들어 주니 다른 곳에 가지 못한다.






어쩌다 시간이 안되어 가까운 식당에 가서 먹어본 만둣국에 실망하고 당장에 다시 온다. 나에게 와서 실망했던 이야기를 하며 내가 만든 만둣국이 최고 라며 치켜세운다. 멀리 시골에 사는 사람은 시내에 올 때 꼭 찾아온다. 한 그릇에 만두 4개를 넣고 송송 썰은 파를 위에 얹혀서 주면 아까워서 못 먹고 냄새부터 먼저 맡는다. 한 숟가락 국물을 떠서 먹고 엄지를 세워 최고라 한다. 국물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싹싹 긁어먹는다. 마지막 국물을 들이마시며 맛있어한다. 많은 사람들이 몇 그릇씩 더 사 가지고 가며 매일 만둣국을 만들라고 하지만 나는 금요일을 고집하며 했다. 매일 다른 국과 그날의 특별요리를 해서 많은 손님들이 좋아하는 특별 메뉴를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월요일은 누들 숩 , 화요일은 크림 숩, 수요일은 토마토 숩, 목요일은 감자 숩, 그리고 금요일은 만둣국이고 토요일은 국을 안 만든다는 것을 손님들이 다 기억하고 있다.

나는 보통사람이다. 특별히 잘하는 것도 잘나지도 않은 보통사람인 내가 나의 조국 한국을 위하여 국위 선양한 것은 한국의 만둣국을 이곳 사회에 알려 놓은 것이다. 한국 사람이 한국 식당을 하면 만둣국은 메뉴에 꼭 들어간다. 하지만 서양 식당에서 만둣국을 하는 식당은 내가 하던 식당 한 군데였다. 우리에게 그 식당을 파신 분은 고향분이었고 3년 동안 그분이 식당을 하시면서 만둣국을 팔기 시작하셨다. 근 30년 전이어서 한국 식당도 몇 개 안되고 외국사람이 만둣국을 잘 모르던 시절이었다. 그 뒤 내가 22 년간 식당을  계속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그러니 나는 누가 뭐래도 한국을 알린 애국자의 한 사람이다. 오랫동안 한 군데서 식당을 운영해서 퇴직한 뒤에도 여러 군데서 사람들을 우연히 만난다. 쇼핑센터, 수영장, 산책길 할 것 없이 어디를 가도 옛날에 우리 식당에 오던 손님들을 만나면 만둣국 이야기를  잊지 않고 꼭 한다.

이제는 지나간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지만 이렇게 만두를 만들 때면 지금도 마치 내가 그곳에서 만두를 만들며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장사를 하던 때가 생각이 난다. 열심히 살았기에 아름다움으로 다시 태어나는 나의 지난날이 있어 나는 행복하다. 안 보이면 궁금하던 손님들,  아프면  어리광 부리던 손님들도 생각난다. 맨 처음 우리를 잘 모를 때 텃세 부리던 사람들도 우리의 진심을 알고는 순한 양이 되어 우리를 도와주고 협조해 주던 그들은 지금 무엇을 하며 어디에 있을까? 만두 4개가 들어있는 국 한 그릇에 행복해하던 사람들이 그립다. 금요일을 기다리며 고향이라도 온 듯이 즐겁게 만둣국을 먹고 가던 사람들이 보고 싶다. 내가 행복할 때  기뻐해 주고, 힘들 때 손잡아주던  손님들께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봄볕이 내리쬐는 따스한 봄날에 만둣국의 추억이 아련히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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