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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오후 한나절

by Chong Sook Lee


높고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소풍을 와서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들어 내며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태양을 가리고
바람을 불러온다


어느새
가을이 기웃거리며
여름을 제치고
마가목 열매가
붉어지는데
꽃샘추위로
바들바들 떨던
텃밭 채소는
뜨거운 햇볕으로
영글어 간다


깻잎과 고추
오이와 호박이
앞을 다투며 자라고
토마토가 굵어지고
뒤꼍에 딸기가
빨갛게 익어간다


하늘과
구름과 바람이
오고 가는
계절의 순환
소풍 나온 뭉게구름이
엎치락뒤치락하며
장난을 하는
한적한 오후 한나절


평상에 누워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보는데
가는 여름이 아쉬운
고추잠자리
따스한 햇살 비치는
나뭇잎에 살며시 앉는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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