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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은 날

by Chong Sook Lee


세수를 하고
안경을 쓰려고 하는데
안경다리 하나에서
자그마한 볼트가
빠져서
안경을 쓰지 못한 채
안경집으로 갔다.
평소에
단골로 다니는 곳이라서
급하게 고치면
될 줄 알았는데
볼트가 빠진 게 아니고
부속이 부러진 것이라서
못 고친다며
여직원이 테이프를 감아주며
새로 안경을 하란다
평소에
좋아하는 안경이라서
고쳐서 쓰려고 했는데
마음대로 안된다
새 안경을 맞추면 좋겠지만
아직은 쓸만한데
아쉽다는 생각을 하며
다음날 안경집으로
다시 가서 보니
친절한 사람이 보인다




몇 년 전에
사용하던 안경이
코팅이 벗겨지고
가서 확인해 보니
일 년 워런티가 끝났다고
새로 하라고 했다.
몇 달 뒤에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어느 날
안경집에 다시 갔다.
마침
그 남자분이 카운터에
앉아 있어서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라고
인사를 하며 안경을 보여주며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코팅이 벗겨졌다고
사정이야기를 했더니
워런티는 조금 넘었지만
공장에 한번
보내보자고 해서
공짜로 고치게 해 준 사람이다




마침 그분이 보여
잘됐다 싶어서
그분에게
그동안 잘 있었느냐며
안부를 묻고
테이프 붙인 안경을
슬그머니 보여주었다
어차피
새로 하게 되더라도
밑져야 본전이니
그 사람한테
사정이야기를 했더니
안경을 이리보고
저리 보더니
한번 고쳐 보겠다고 한다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볼트통을
가져다 놓고
한참 실랑이를 하더니
코걸이까지 바꾸고
새 안경으로 만들어 주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버릴 뻔한 안경을
고쳐준 사람이
생각할수록 너무나 고맙다
크리스마스 잘 보내라는
인사로 친하게 되어
갈 때마다 인사를 하고
안부를 물어보며
친구가 되었는데
어려울 때마다
도움을 받게 되어 고맙고
기분 좋은 날이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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