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는 사람을 보면 어떤 사람인지 대충 알 수 있다고 한다. 끼리끼리 만나서 몰려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생각도 행동도 비슷한 것을 본다. 만나다 보면 닮아 가는 것 같다. 혼자서 살 수 없기에 친구를 사귀고, 자주 만나다 보면 가까워진다. 친한 사람들끼리 여행을 가고, 골프를 치고, 체육관에서 우연히 만나 친구가 되기도 한다. 처음에는 서먹하다가도 자주 만나면 가까워지고 허물이 없어지며 서로를 더 많이 알게 된다. 좋은 친구가 곁에 있음으로 많은 힘이 되고 힘들 때는 위로가 된다.
오랜 세월 계속 이어지는 관계가 있는 반면에 잠깐 반짝하다가 끝나는 관계도 있다. 처음에는 친절하다가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사람이 있고 오래도록 진실한 마음을 가지고 대하는 사람이 있다. 친구도 세월 따라 상황에 따라 변한다.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친한 친구가 있고, 나이 들어 만나 이따금씩 만나도 좋은 친구가 있다. 자주 얼굴을 보지만 기회를 만들어 서로 초대하며 마음을 털어놓는 친구가 있고, 자주 만나지 못해도 시간이 될 때마다 우리를 찾아주는 친구가 있다.
올 때마다 친정집에 오는 것처럼 기쁜 마음으로 뛰어와 놀다 가는 친구도 있다. 세상이 좋아지는 대신 인정이 줄어드는데 만날 때마다 에너지를 주는 친구가 있어 행복하다. 마음을 털어놓고 이야기하며 허심탄회하게 한바탕 웃고 함께 시간을 보내면 다시 만나는 날이 기다려진다. 있는 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데 몇 배를 주고도 더 주고 싶어 하는 맘씨 좋은 친구도 있다. 그런 반면에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며 어쩌다 만나면 대접받기 만을 원하는 친구도 있다. 한두 번 정도야 그런대로 넘어가지만 매번 만날 때마다 손님 행세만 하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
인간관계란 서로 주고받는 맛이다. 서로를 위해 배려하며 정성을 다할 때 신뢰가 생기고 사랑도 쌓인다. 물질적인 것을 많이 줄 수 없으면 정신적으로 서로의 삶을 함께 영위하며 나눌 수 있어야 한다. 같이 있어 마음을 나누며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진실한 마음이 있다면 가능하다. 좋은 글이 있으면 보내주고 싶고, 힘들 것 같으면 짧은 글로 위로할 수 있다. 친구는 나이와 경륜을 떠나 높고 낮음도 없고 많고 적고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만히 있으면 생각나고, 맛있는 음식을 같이 먹고 싶고, 좋은 물건이 있으면 주고 싶다.
좋은 친구 한 명만 있어도 행운이라고 한다. 인간관계도 시대를 따라가 손익을 따지는 시대가 되어가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나무들이 바람 따라 흔들거린다. 추워도, 더워도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나무를 보며 좋은 친구는 나무와 같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같은 자리에서 봄에는 꽃을 피우고 여름에는 그늘을 만들어 주며 가을에는 단풍으로 우리 눈을 즐겁게 해 주고 추운 겨울에는 바람을 막아준다. 멀리 있어도, 오랜만에 만나도 여전히 따뜻한 마음을 전해주는 친구가 있어 좋다.
자주 만나지 못해도 만나면 그동안 하지 못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으며 마음을 전하는 친구가 있어 좋다. 더운 여름에 시원한 콩국을 만들어다 주는 친구가 있고, 아플 때 정성 들여 영양죽을 만들어 가져다주는 친구가 있어 행복하다. 여름철에 힘들여 농사지은 여러 가지 채소를 가져다주고, 봄마다 모종을 나누어 주는 친구가 있음에 감사한다. 사람이 사는 동안 많은 사람을 만나고 살아가지만 오랫동안 변함없이 대해주는 친구가 있어 살아가는 재미가 있다.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세상살이이지만 가까이에서 같은 곳을 바라보며 손잡고 가는 친구들과의 삶은 아름답다. 만나면 즐거워서 삶의 무게도 가벼워진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아이들 친구들이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는데 그때에 비하면 조용하지만 우리를 잊지 않고 찾아주는 좋은 친구들 덕분에 살맛이 난다. 여름에는 뒤뜰에 앉아 세상이야기를 하고, 겨울에는 벽난로 앞에서 장작을 피우며 우정을 다진다. 더울 때는 텃밭에서 자라는 야채로 비빔밥을 해서 나눠 먹고, 겨울에는 손 칼국수를 해서 먹으며 정감을 나눈다.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세상이지만 삶의 즐거움은 각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손님 오는 게 싫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우리처럼 문을 활짝 열어놓고 사는 사람도 있다. 사람 사는 것 거기서 거기인데 오고 가며 주고받고 사는 삶이 좋다. 집밥이 그리울 때나 밥 하기 싫을 때 같이 모여 한 끼 해결하며 즐거운 시간을 갖는 묘미도 좋다. 좋은 친구와 함께 걸어가는 인생은 눈부신 빛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