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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일도 없는... 하루가 간다

by Chong Sook Lee


싱그러운 아침
동네 한 바퀴 돌아본다
앵두나무에
다닥다닥 달려 있던
어여쁜 빨간 앵두는
누가 다 먹었는지
한알도 보이지 않고
마가목 나무 열매가
빨갛게 익어간다


길 건너 앞집에 핀
수국은 아직도
소담스럽게 피어
동네를 밝혀주는데
조석으로
쓸쓸한 기운이
되는 것 보니
가을이 오려나보다
아무리 여름이
가기 싫어도
가을이 오면 떠나야 한다


마당에 피어나던
꽃들은 모두 다 떨어지고
시퍼런 이파리만
끌어안고 서있다
며칠 피기 위해
긴 겨울을 참아내며
살아온 날들
고운 꽃들이 진다


따뜻한 잔디 위에
토끼 한 마리
낮잠을 즐기고
심심한 까치는
나무 꼭대기에 앉아
일광욕을 하는지
꼼짝 않고 있다


뭉게구름이
모였다 흩어지고
할 일 없는 강아지들
인기척을 느끼고
짖어대는 소리
무슨 할 일이 있나 하며
슬금슬금
걸어 다니는 고양이가
쓰다듬어 달라고
가까이 다가오는
한가한 오후
아무런 일도 없는
보통의 하루가 간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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