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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릴 물건과 함께 넣는 내 마음

by Chong Sook Lee


생각은 바쁜데
몸은 가만히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해야 할 것들은
눈에 보인다


별것 아닌 것에
신경을 쓰며
걱정을 사서 한다


오늘 못하면
내일 하면 되는데
하지도 않으면서
괜히 마음만 바쁘다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들이
여기저기 자리를
잡고 누워있는데
가만히 보면
그리 필요하지도 않은데
제 자리라고
큰 대자로 누워있다


없어도 되는데
왜 사다 놓았는지
생각도 안나는 물건들
이리저리 옮겨놓으며
혼잣말로 투덜댄다


정신없이 살아온 날들이
이제는
기억조차 없는데
가는 길에는
어제의 물건들이
발목을 잡는다


치고 또 치워도
자꾸만 나오는
버려야 할 물건들
하루 하나씩
버리려는 결심도
무너진 지 오래


눈에 보이는
빈 상자 안에
하나둘 집어넣으며
내 마음도 함께
넣어본다
다시는 열지 않을 것처럼…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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