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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처럼... 여름도 간다

by Chong Sook Lee


밤에 내린 비가
흔적조차 없이
바짝 말라
어젯밤의 일을
전혀 모른 채
하늘은 총명하고
세상은 조용하다

바람
늦잠을 자고
나뭇잎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구름조차
숨어버린 파란 하늘에
새 한 마리가
어디론가
힘차게 날아가고
어디서 날아온
하얀 나비가
늦게 핀 호박꽃에
살며시 앉아있다

나비를 보면
생각나는
그리운 사람들
먼저 가고
나중 가며
서로 만나는 날을
기약하는 세월이 가고

봄처럼 여름도 간다

어제의 나는
밤새 내린 비처럼
보이지 않고
하늘과 땅을 바라보는

허리굽은 노송처럼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오늘을 산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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