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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May 17. 2020

동네길에... 우리네 인생도 있습니다

 


봄을 차지한 나무(사진:이종숙)


이 핀다. 꽃이 진다. 그 꽃을 피우기 위해 무진 애를 썼을 텐데 고작 열흘을 피어있기 위해 그 추운 겨울을 견디고 기다려왔다. 자연처럼 인생 또한 겨울을 견뎌야 봄을 맞이 하는데 너무 혹독하면 어쩔 수 없이 주저앉게 된다. 갑자기 찾아온 코로나 19라는 손님이 떠나려 하지 않고 눌러앉으려 한다. 2차 3차 감염으로 퍼져 사람들이 지쳐가고 절망하고 있다. 봄이 왔는데 너무 춥다. 한국은 이미 여름으로 들어서 시원한 모습인데 이곳은 아직도 겨울을 끌어안고 살아야 한다. 아무리 추워도 나무들은 싹을 달고 꽃들은 피고 진다. 보기에는 봄 같아 나가 보면 춥다. 산책을 나가려고 가벼운 옷을 입고 문밖을 나가면 너무 추운 느낌에 돌아서서 집으로 들어가고 싶은 유혹이 생긴다.

그래도 아무리 추워도 봄인데 겨울 옷을 입고 나가긴 뭐해서 참고 걷는다. 바람이 없으면 온도가 낮아도 괜찮은데 오늘은 구름이 끼고 바람까지 분다. 그래도 동네 한 바퀴 걸어본다. 싹이 피지 않아 죽은 듯 한 나무도 많고 하루가 다르게 잎을 많이 달고 서있는 나무도 많다. 산책길을 따라 걷다 보면 여러 가지 사람 사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하얀 눈이 덮였던 정원은 파란 잔디가 예쁘게 자란다. 길거리에 걷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식당도, 가게도 문을 닫았는데 사람들은 무엇을 하는지, 다들 어디에 있는지  동네가 너무나 조용하다. 그저 할 일 없는 새들만 하늘을 날아다니고 사람들의 자취를 찾아보기 힘들다. 지나가는 트럭 운전사가 손을 흔들고 그 뒤를 따라오던 버스 기사도 손을 흔든다. 사람들이 그리운가 보다.



하늘이 호수에 내려와 앉았다.(사진:이종숙)


놀이터가 아이들을 기다린다.(사진:이종숙)



학교 운동장은 텅 비어있다. 학생들은 운동을 하고 부모 형제들을 비롯한 가족들은 열심히 응원을 하던 곳인데 그 누구도 보이지 않는다. 전염병이 만들어 놓은 모습이다. 봄은 왔지만 쓸쓸한 모습이 다. 어서 빨리 코로나로부터 해방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바람은 차지만 햇살은 맑다. 천천히 앞으로 걸어간다. 공원으로 돌아 들어가 보니 오색 찬란한 어린이 공원이 눈에 들어온다. 여러 가지 놀이기구와 놀이터가 있고 몇 개의 벤치가 여기저기 놓여있는데 아무도 없다. 새들만 왔다 갔다 할 뿐 세상은 고요하다. 앞에는 조그만 호수가 있고 주위에는 누런 갈대가 바람에 휘청거린다. 호수 안에 하늘이 내려와 앉아서 호수는 파랗다. 언덕 위에서 바라보는 공원이 넓고 평화로워 마음이 평화롭다. 바람은 여전히 불지만 조금씩 따뜻해져 간다.

길 건너 쇼핑센터가 있다. 여러 가지를 파는 곳이기 때문에 평소에 자주 이용하던 곳인데 식료품점만 열고 다른 곳은 문을 닫았다. 커다란 쇼핑센터에 출입문이 4개였는데 3군데를 닫고 한 군데만 사용한다. 식당, 옷가게, 신발가게, 장난감 가게와 여러 가지 잡화상을 비롯하여 수많은 가게들은 닫혀있다. 무엇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이렇게 만들었는지 생각할수록 대답이 없다. 그 넓은 주차장에는 차 몇 대가 있을 뿐 이곳도 쓸쓸하다. 전염병이 오기 전에는 주차할 자리를 찾아 한참을 돌아야 했는데 거의 텅 비어 있다. 언제나 정상으로 돌아갈지 한심한 생각이 든다. 문을 연다 하여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여러 가지 힘든 과정을 거치며 살아야 하는데 소상공인들의 아픔이 전해진 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그들에게 이번에 온 전염병은 그야말로 커다란 고통이다.


장사를 하면서 하루라도 문을 닫는 것은 힘든다. 쇼핑센터와의 계약도 있고 하루를 닫으면 그만큼 손해다. 한 푼이라도 더 벌어서 세를 내고 먹고살아야 하는데 저렇게 닫아놓은지 벌써 두 달이 넘어간다. 그렇다고 휴가도 갈 수 없고 가슴만 태우는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나도 마음이 아프다. 그나마 정부에서 재난 지원금을 보조해준다고 하여 다행이지만 수입보다 적은 금액이라 타격이 클 것이다. 인생이 무엇인지, 사는 게 무엇인지,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죽을 때까지 몇 번 웃고, 몇 번 울으며 살아갈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좋은 날보다 힘든 날이 더 많을지도 모르지만 희망이라는 배를 타고 멀고 먼바다를 항해하며 사는 것을 생각하면 누구나 삶은 녹록지 않은 것은 현실이다.



15층짜리 노인 아파트(사진:이종숙)


백신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여전히 힘들 텐데 그저 막연한 마음을 안고 걸어간다. 몇 년 전에 지어진 고층빌딩이 앞에 우뚝 서 있다. 고층빌딩이라 해도 겨우 15층밖에 안되고 요양원 옆에 있는데 요양원으로 들어가기 전의 나이 든 노인들이 산다. 나이는 들었지만 아직 혼자 생활이 가능한 노인들이 사는 곳이다. 그들은 지팡이나 워커를 밀며 가까운 쇼핑센터로 가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부부가 사는 사람은 거의 없고 혼자 사는 노인들이 적적하여 간혹 바람을 쐬러 다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쓸쓸하게 집안에서 생활한다. 하기야 그 나이가 되면 활동이 쉽지 않고 그냥 가만히 있기도 힘들 것이다. 아무리 살기 좋은 세상이라지만  늙어 가는 것은 정말 슬픈 일임은 부정할 수 없다.

그 길로 걸어가다 보니 국민학교 앞으로 탁아소가 굳게 닫혀있다. 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려다 놓고 직장에 가면 그곳에서 등 하교를 시켜주고 부모가 올 때까지 아이들을 봐주는 곳인데 쓸쓸하게 서있다. 그곳을 운영하는 사람들도 하루빨리 학교가  문을 열기를 기다릴 텐데 9월에나 열 것이라 하는데 그야말로 큰 걱정이다. 여기저기 쓰레기만 뒹굴어 다니는 모습이 흉흉하기만 하다. 아이들의 모습도  어른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 세상이 싫어져 간다. 신도 어쩌지 못하는 전염병의 시름은 점점 깊어만 간다. 길 건너에 아파트 앞에 커다란 나무가 우뚝 서 있다. 어느새 하얀 꽃을 활짝 피우고 자랑하며 서있다. 다른 나무들은 이제 겨우 손톱만 한 싹이 나왔을 뿐인데 어쩜 이리도 탐스럽게 꽃을 웠는지 너무 예쁘다. 햇볕이 잘 드는 곳이라서 그런지 깜짝 놀랐다.


심심하던 차에 동네나 한 바퀴 돌아본다고 나갔는데 그곳에도 세상이 있었다. 외로움도 있고 쓸쓸함도 있었다. 허전함도 보였고 허탈함도 보였다. 사람 사는 세상에 사람들은 전염병을 피해 숨어버렸다. 전쟁통에 밖에 나가면 죽을까 봐 집안에 숨어 있듯이 전염병을 피해 꼭꼭 숨어버렸다.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무서운 세상이다. 그저 식구들하고, 짝꿍 하고만 다닌다. 식구가 아니면 멀찌감치 떨어져야 한다. 거리를 두고 정해진 거리 안에서 살아야 한다. 무심한 자연은 계절을 맞고 보내며 정화되어 간다. 동네를 돌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지나간 세월을 뒤돌아 본다. 지금 인간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 최고도의 문명으로 살아가는 지금 세상에 무엇이 우리를 더럽혔는가? 어쩌면 코로나 19가 앞으로 닥쳐올 더 커다란 재난을 예고하는 것인지 모르니 거리두기로 우리가 모르고 행하던 알 수 없는 더러움으로부터 깨끗이 정화되기를 바라며 인간들이 만들어낸 오염으로부터 해방될 때까지 자숙해야 할 것 같다.


동네 한 바퀴 돌며 인생을 배운다.


마가목이 새잎을 달았다.(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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