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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May 16. 2020

우리는... 꿈을 꾸며 꿈에 산다



화사한 꽃에 꿈을 꾼다.(사진:이종숙)


꿈이란 무엇일까? 꿈에 대한 여러 가지 학설이 많지만 잘 모르겠다. 사람이 노동만 하고 살 수 없으니까 휴식의 시간을 잠자는 것으로 한다. 잠이 들면 몸은 침대에 있지만 영혼은 활동한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사람이 죽으면 영혼은 그 사람의 몸에서 빠져나와 죽어있는 자신의 모습을 본다. 사고를 당하여 처참하게 다친 자신을 보며 안타까워하고, 갑자기 심장마비로 죽어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허탈해한다. 저렇게 살기 위해 아니 죽기 위해 그토록 기를 쓰고 살아왔나 하는 생각에 억울해한다. 물론 그런 것들은 누군가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극본에 불과하여 신빙성은 없다. 하지만 사람이 잠을 자면 영혼이 몸 밖으로 나와 돌아다니며 평소에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을 만나고, 알지 못하는 곳에 가서 이런저런 행동을 하는 것을  생각하면  꿈이 과연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어젯밤에는 정말 희한한 꿈을 꾸었는데 잠을 깨고 나서도 한동안 어안이 벙벙했다.



아기에게 줄 밥을 주려고 밥그릇에 있는  콩밥에서 쌀밥을 고르며 정신없이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옆에 어느 할머니가 지팡이를 짚고 걸어가는 옆을 지나려 할 때 그 옆에 앉아있던 아는 여자분이 날더러 "뭐하는 것이냐?"라고 묻길래 "아기한테 밥을 주려 한다." 고 대답하며 할머니 쪽을 보니 할머니가 길거리에 똥을 누며 걸어서 화장실을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깜짝 놀라 얼른 옆으로 돌아 가보니 성당 교우들과 여러분이 모여 앉아 식사를 하고 계셨다. 다시 돌아서 가다가 어느 빌딩에 들어갔는데 아무도 없어서 '여기가 어디인가?' 하며  나가는 길을 찾아보는데 아무도 살지 않는  빈집이었다. 그래서 꿈에서도 무서운 생각이 들어서 사람을 찾으려는데 그 안이 어디인가를 구분할 수 없도록 자꾸만 어두워져 무서운 생각이 들어 다른 쪽으로 돌아서 보았더니 역시 아무도 없었다.



또다시 그 앞이 깜깜해져 오도 가도 못하게 좁아지는 바람에 가위라도 눌린 양 가슴이 뛰어서 벌떡 일어났다. 꿈을 깨고 나서도 그 어두워진 집안이 생각이나 어찌할 바를 못해 안절부절못했는데 그게 무슨 꿈일까 궁금하다. 보통 꿈을 꾸는 시간은 일어나기 전에 단 몇 초 동안  꾸는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평소에 나는 개꿈을 많이 꾸는 편이다. 웃기지도 않는 상황 때문에 쩔쩔매기도 하고,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힘들어하기도 한다. 친하지도 않은 사람하고 어울려 다니고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과 여행을 가기도 한다. 생전 보지도 못한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엉뚱한 곳에서 놀기도 한다. 한동안 꿈에서 쩔쩔매다가 깨어보면 꿈이다.  그런 모든 것들을 따져볼 때 어쩌면 영혼과 육체는 한 몸 안에 있어도 따로따로 노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몸을 재우고 나갔던 영혼이 꿈을 꾸게 하며 그 사이에 몸으로 들어오려고 훼방을 놓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몸이 잠에서 깨어나면 영혼은 다시 잠자코 몸을 따라다닌다. 몸에서 빠져나간 영혼은 밤새 돌아다니며 영혼이 가고 싶은 곳을 가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먹고 싶은 것을 먹으며  하고 싶은 행동을 하고 다니느라 무척 피곤하다. 사람이 깨어 있는 동안 영혼은 그저 몸이 하는 대로 따라다닌다. 다만 사람이 생각을 해야 할 때는 몸을 따라서 이성으로 또는 감정으로 참견을 한다. 영혼 없는 삶은 없지만 영혼은 그저 몸을 따라다니 밤이 되어 사람이 피곤하어 힘들어할 때 살며시 잠을 재워놓고 몸을 빠져나가 영혼의 세상을 헤집고 다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잠을 자면 꿈을 꾸는데 실제의 상황처럼 너무 뚜렷한 꿈이 있는가 하면 잠을 깨자마자 잊어버리는 꿈도 있다. 꿈속에 더 머물고 싶은 꿈이 있는가 하면 빨리 깨어나고 싶지만 깰 수 없어 몸부림치기도 한다. 몸을 빠져나간 영혼이 언제 몸으로 들어오느냐에 따라 꿈에서 깨어날 수 있는 것이다. 보통 꾸는 꿈은 시시하여 잘 기억하지 못하고  꿈을 통해 무엇을 암시해주는 꿈은 오랫동안 잊히지 않고 생각이 난다. 태몽꿈이나 행운을 암시해주는 길몽은 세월이 흘러도 머릿속에 또렷이 남아 있다. 몇십 년이 지나도 아이들을 가졌을 때 꾸었던 태몽꿈은 지금도 생생하다. 색이며 모양 그리고 장소가 여전히 생각나고 행운을 가져다주었던 꿈 또한 잊히지 않는다. 그래서 늘 꿈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된다.



아름다운 세상 (사진:이종숙)


과학자들은 인간의 뇌를 연구하여 '꿈은 이런 것이다.'라고 정의를 내놓지만 미숙한 나는 꿈을 '영혼의 활동'이라 이름 하고 싶다. 어떤 필연의 만남과  특별한  성공 그리고  행운이나 불운을 암시하여 조심하게 하는 것을 여러 번 보았다. 운명론자도 아니고  미신을 믿지는 않지만 꿈에 대해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보면 꿈이 단순히 잠을 자며 이루어지는 두뇌활동이라고만 할 수 없다. 한 번은 꿈을 꾸었다. 우리 집 부엌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뒤 문이 조금 열리더니 새끼돼지 한 마리가 나에게 다가왔다. 동물을 무서워하는 나는 꿈에서도 돼지가 무서워서 돼지를 남편이 있는 쪽으로 가라고 하였더니 그 돼지가 남편에게 다가가고 남편은 그 돼지를 품에 안았는데 새끼 돼지가 점점 커져서 나중에는 남편이 커다란 돼지를 안고 있는 것을 보고 꿈을 깨었다.

 

물론 옛날부터 돼지꿈은 길몽이라 하였지만 그 뒤에 우리에게 좋은 일이 생겨 돼지꿈 덕택이라고 지금도 가끔 이야기하며 산다. 사람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행운이지만 우리는 그때 당시 간절히 원하던 일이 성사되어 너무나 행복했다. 21세기에 꿈 얘기는 어불성설이지만 재미로 해본다. 일이 안 풀리는 때는 좋은 꿈이라도 꾸고 싶은 생각이 든다. 열심히 양심껏 분수를 지키며 정직하고 진실되게 살면 다 복이 따라오고 마음 편하게 살아감을 안다. 아무리 좋은 꿈을 꾸어도 죽을 사람은 죽고 나쁜 꿈을 꾸어도 살 사람은 산다. 인공지능으로 살아가는 현대에  꿈에 의존하여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은 어리석고도 우스꽝스러운 일이지만 아침에 희한한 꿈을 꾸고 나면 하루 종일 꿈을 생각하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좋은 꿈을 꾸면 괜히 기분이 좋고 나쁜 꿈을 꾸면 남에게 팔아서라도 액운을 면하려 한다.


시대가 변하여 모든 것들이 손가락 하나로 움직이는 세상이 되었지만 꿈에 대한 것은 아직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꿈이란 태어나 죽을 때까지 인간의 생명이 있는 한 꾼다. 싫다고 해서 나쁜 꿈을 피할 수도 없고, 좋다고 해서 좋은 꿈을 꿀 수도 없다. 영혼이 찾아다니며 하는 모든 행동을 인간이 어찌 알 수 있겠는가? 몸에서 나와서 하고 싶은 대로 하다가 몸으로 들어와 사람을 깨우기 전에는 사람은 아무것도 못한다. 나이가 들면 편하게 잠자듯 죽기를 원한다. 잠자며 죽기를 원함은 영혼이 나갔다가 몸으로 돌아오지 않는 상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며 꿈을 꾸고 꿈을 깨며 살아간다.

우리는... 꿈을 꾸며  꿈에 산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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