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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Sep 30. 2024

세상 따라, 세월 따라... 행복도 온다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는 말은 옛말이다. 요즘은 몇 달이면 강산이 변하는 것 같다. 얼마 전에 있던 건물이 없어지고 얼마 안 가서 새 건물이 지어지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 건축 자재도 좋지만 기술이 발달하고 인공지능의 발달로 모든 것이 간단하여 일 처리가 빨라진 것이다. 코로나 유행당시 병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중국이 병원을 짓는 모습을 보았는데 마치 마술을 보는 듯했다. 빠르고 번듯한 빌딩에 의료기구가 하나둘 채워지고 사람들이 치료를 받는 모습은 그야말로 완벽했다.


그런 반면에 생겨나는 문제도 적지 않다. 도로가 허물어져 지나가던 차가 빠지고 사람이 죽고 하는 사고는 대체 어디에서 오는지 궁금하다. 가짜가 많고 사기꾼들이 많다 보니 자제도 가짜가 많은 세상이 되어간다. 재료를 아끼고 빼먹고 겉만 그럴싸하게 만든 물건들이 엄청 많다. 인터넷 쇼핑을 하다 보면 말도 안 되는 저렴한 가격으로 홍보를 하는 곳을 본다. 겉모습이 번지르르하게 멋있고 예쁘며, 성능도 디자인도 그야말로 홀딱 반할 제품인데 가격까지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낮아 눈을 의심하는 경우가 많다.  


알고 보면 제품 속의 질은 거의 독약 수준이라는 평판이 돌고 있지만 멋 모르고 사는 소비자들이 많은 현실이다. 예전에는 값싼 나일론이나 면 제품으로 모든 옷이 만들어졌는데 요즘에는 별아 별 옷감이 많아져 무엇을 고르는 게 좋은지 모르겠다. 특히나 새로 나온 재활용 옷감은 보기에는 부드럽고 색도 고운 데다가 가격도 착하니 소비자들은 사고 싶어 한다. 새로 나온 물건이 좋다 하여 한참 쓰다 보면 나쁜 성분이 들어 있어서 인체에 해롭다는 말을 들으면 버려지고, 지구에는 쓰레기가 쌓인다.


사람이 살기 좋게 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가상한데 틈새를 파고드는 야비한 인간들이 있다. 아무리 제대로 돈을 벌기 어려운 세상이지만 인간이 뿌린 씨는 결국 인간의 몫이 된다. 컴퓨터라는 물건이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는 세상이 뒤집히는 줄 알았는데 이제는 인공지능의 발달이 인간의 영역을 넘어 엄청난 발전을 하는 현실이다. 편하기 위해 만들어진 물건들이 이익을 주지만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물건도 많아지고 인간의 삶은 윤택해졌지만 인간은 여전히 불행하고 우울하다. 더 이상 가망이 없는 환자들을 위하여 생을 마감하는 안락사와 조력사가 여러 가지 형태로 나온다. 한번 태어나면 언젠가는 꼭 가야 하지만 인간이 자신의 생을 마감하는 것은 자살행위임에도 여전히 실행되는데 무엇이 정답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노쇠하여 더 이상 버틸 수 없으면 생을 마감하는 것이 자연사인데, 고통을 거부하고 생명을 마음대로 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심을 어쩔 수 없다.


고통이나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죽고 싶다는 말을 하고, 현실을 외면하고 도피하려고 하는 인간의 본성이다. 돈과 권력과 명예를 좇으며 진흙탕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다가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소중한 것을 잊고 살다가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소멸되어 간다. 욕심과 이기와 기만이 세상을 지배하고 남을 위한 배려 희생은 구식에 불과하다는 말을 한다. 나이 든 사람들이 원로가 되어 힘든 상황에 지혜를 모아 고비를 넘기며 살았는데 지금은 아니다. 나이만 먹었지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다.


나이 들면 마음이 넓어져 이해심도 많아지는 줄 알았는데 고집만 세지고 융통성도 없어지는 것 같다. 시대를 받아들이는 자세도 부족하고, 발달하는 문명을 받아들이거나 배우려 들지 않는다. 물론 급격하게 변하는 시대를 따라가기에는 힘들겠지만 대부분의 노인들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을 거부하고, 옛것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 발전하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살다 보면 한없이 뒤처진다. 한 번, 두 번 해서 안되면 쉽게 그만두는 경우도 많고, 쉬운 길을 찾다가 안되면 세상 살기 힘들다고 투정하기도 한다.


세상은 생각하기에 달려 있다. 어릴 적에 들었던 '말세가 온다'는 어른들의 말이 생각난다. 수십 년이 지나고도 여전히 말세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보면 말세는 이미 왔거나 영원히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세상이 발전할 때마다 변화하는 세상을 받아들일 수 없어 두려움에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우리가 원하는 세상일 수도 있고, 원하지 않는 엉뚱한 세상이 될 수도 있다. 좋은 세상이 되면 즐기며 감사하고, 나쁜 세상이 오면 좋은 세상으로 바꾸려 노력하면 된다.


매 순간 우리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세상을 살아간다. 가짜가 많고, 사기도 많고, 사건 사고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그래도 좋은 일도 많다. 뉴스를 보면 몹쓸 세상 같아도 나쁜 일보다 좋은 일이 더 많다. 전쟁이 나고, 태풍과 홍수, 폭설과 토네이도, 무시무시한 산불이 나서 인간의 삶을 위협하지만 평화로운 곳이 더 많다. 삶이 고되고 힘들어서 절망하고 좌절할 때도 있지만, 날마다 떠오르는 태양에는 희망도 함께 떠오른다.


처음 이민 왔을 때는 사는 것이 막막하고 하루하루가 두려웠는데 세월이 지나고 적응하면서 이곳은 제2의 고향이 되어 정 들이고 산다. 오히려 어쩌다 한국에 가면 낯설어 빨리 집으로 돌아오고 싶다. 부모님도 안 계시고 형제들도 각자의 가족을 거느리고 사느라 바쁜  세상이다. 특히나 요즘 같이 무릎도 안 좋고 몸이 예전 같지 않으니 특별히 어디 가고 싶은 생각도 없다. 멀리 가지 않아도 가까운 곳에 눈이 부실정도로 아름다운 곳이 넘쳐난다. 사람 사는 세상에 여기저기 할 것 없이 그렇고 그런 게 아니던가. 단풍이 익어가는 뒤뜰에만 있어도 세상은 아름답다. 욕심 없이 살면 세상은 더없이 찬란하다. 세상 따라, 세월 따라 살다 보면 행복도 따라온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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