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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고 보니... 꽃길

by Chong Sook Lee


꽃이 피고
꽃이 지더니
어느새
낙엽이 진다

세월 따라
살아온 길이
힘들고 고단했지만
지나고 보니
꽃길이었다

연두색
새이파리가
햇살을 받아
반짝이며
바람에 흔들리던
어느 봄날의 행복

녹음 우거진
한 여름의 정렬도

사라진 지 오래
짧은 가을낮이
수줍은 듯
어둠을 받아들이고
계절을 마감하는 시간

떨어질 힘조차 없어
말라붙은 그대로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메마른
누런 단풍잎
청명한 가을 하늘아래
살아있음이 고마운
어느 가을날

가슴 설레는
날은 아니더라도
익어가는 단감의
꿀맛 같은 추억
긴 밤에
이야기 나눌
사람이 있어 행복한 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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