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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거리는 세상

by Chong Sook Lee


좋아서 만난 사람들

싫어서 돌아서는 사람들

생각이 달라

다른 길을 걷는 사람들

어디로 가야 할지

누구를 만나야 할지

비틀거리는 세상


가짜 진짜행세를 하고

진짜가

가짜로 추락하는 상황
누가 친구고 누가 적인지
알다가도 모른다
친구가 등을 돌리고
원수가 친구가 되는
기막힌 현실


말 한마디에 척을 지고
밥 한 그릇에 돌아서고
남이 되는 시대
변심은 습관이 되고
언약은 배신이 되어
웃음과 혐오가
엇갈리고
허탈한 마음이 오간다


전쟁의 참혹함을 보면서도
전쟁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인간의 어리석음
불의가 정의가 되는
불협화음이
세상을 장악하며
물들이고 있다


강요하지 않아도

갈길을 찾아
흘러가는 물길
때가 되면
곱게 변하여
떨어질 때를 알고
훌훌 털고 가는 자연


오는 대로

가는 대로

감사하며
순응하고 받아들이
미련 없이

후회 없이 섭리를 따
올 때를 알고
갈 때를 알아
영원히 존재하는 자연


자연처럼

그렇게 살면 좋을 텐데

욕심과 집착으로

배신과 혐오를

일삼는 인간들은

제 꾀에 넘어가

도끼로 발등 찍으며

비틀거린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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