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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오면... 행복도 온다

by Chong Sook Lee


며칠

봄 같은 날씨가 계속되어

이대로 봄이 오려나
생각했는데

아직은 겨울인가 보다
자고 나서

창문을 열어보니
눈이 와서

세상이 온통 하얗다


눈이 오는지
바람이 부는지

꿈나라 여행에 바빠서

눈이 오는지도 몰랐다
며칠 전

심하게 불던 바람으로

매달려 있던

낡은 이파리들


바람 따라

쌓인 눈 위에 떨어져

지저분했는데

간밤에 내린 눈이

더러운 것을 덮어
찬란하다 못해

황홀하고 눈부신 세상이다.


마가목나무의

빨간 열매는

하얀 눈모자를 쓰고

세상에서 제일 예쁜 듯이

뽐내고 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아름다운 모습에

어울리지 않게

설레는 마음으로

눈사람을 만들며

아이가 된다


몸통을 만들고

머리를 만들고

모자를 씌우고

나뭇이파리로

눈과 코와 입을 만드니

의젓한 눈사람이 되어 웃는다


나는 어느새

어릴 적 부르던

꼬마 눈 사람 노래를

흥얼거린다


한겨울에 밀짚모자

꼬마 눈사람

눈썹이 우습구나

코도 비뚤고

거울을 보여줄까.

꼬마 눈사람....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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