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온통 하얗다
길 위에도
나무 위에도
잘린 나무 위에도
앉아서
쉬고 있는 눈
눈 내린
하얀 길을 따라
걸어본다
꽃이 피고
녹음이 지고
단풍이 들었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온 천지가 하얗다
졸졸 흐르던 계곡물
오리가 앉아서
헤엄을 치고
까치와 까마귀가
날아다니며 놀던
숲은
눈의 궁전이 되었다
둥근 곳에
뾰족한 곳에
네모난 곳에 앉아서
하늘을 바라보며
지나는 사람들에게
손을 흔드는 하얀 눈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아름다운 숲 속
바람과 하늘과
구름이 함께하는
숲 속에는
사랑과 그리움이 있어 좋다
언제나 넓은 품으로
안아주고
품어주고
기다려주고
이해해 주는 숲이 있어
살 맛 나는 하루
얼었던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