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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음은... 눈부신 축제

by Chong Sook Lee


안 가려고
발버둥 쳐도
겨울은 가야 하고
봄은 와야 한다

싫어도 가야 하는 겨울

바람 타

땅속으로 오는 봄을

막을 수 없다


영하 20도의

강추위가 계속되어도

길어지는 낮은

꽁꽁 얼은

지붕 위의 눈을 녹이고

남쪽을 향한 땅에는

조금씩 얼굴이 보인다


추워 추워하며

봄을 맞고

예뻐 예뻐하며

여름을 맞는다

더워 더워하며

가을을 맞고

멋져 멋져하며

겨울을 맞고 보내기를

수십 번 하며

보내는 인생


청춘만큼은

아니더라도

노년도

아름다운 것을

비로소 알게 된 나이

봄처럼 피어나고

여름처럼 강렬하게

가을처럼 아름답게

겨울처럼

고요하게 익어가는 인생


지난 세월도

오는 세월도

보이지 않으니

지금의 나를

마음껏 사랑하며 살자

사랑하는 오늘

어제가 되고

희망하는 내일은

오늘이 되는 것


세월 따

계절 따라 살다 보면

마음 가득한 사랑으로

추억 속에 사는

오늘은

우리 모두의 제의 날이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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