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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대로 마음대로... 돌아가는 세상

by Chong Sook Lee


어디인지 알 수 없는
엉뚱한 곳에서
생판 모르는 사람들과
먹고 마시며 논다
뜨개질을 하는 사람
춤을 추는 사람
군데군데 모여 앉아
수다를 떨며
그중 누구 한 사람을
궁지에 몰아넣고
발로 차고 때린다
힘이 없는 사람은
안간힘을 쓰고
반항을 하지만 당할 수가 없어
고꾸라지며
비명을 지른다
울고 불며
살려달라고 애원해도
힘센 사람은
외면하며 사라진다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외치는데 듣는 사람이 없다


그러거나 말거나
한편에서는
장구치고 북 치고
노래를 하며 파티를 한다
비행장에는
여행하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고
크고 작은 광장에는
연설의 장이 열린다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며
목청을 올리고
함성이 터진다
산불이 나서 온 동네를 태우고
태풍으로
도시 전체를 휩쓸고
지진으로
온 나라가 흔들린다
보이지 않는 곳에
일어나는 끔찍한 일들이
일어나도
한쪽에서는
웃고 즐기며 살아간다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 이유는
둥글기 때문이리라
한쪽이 기울면
다른 한쪽은
돌아가기 때문일 것 같다
울고 웃는 지구에
별의별 일이 다 생겨도
세상은 여전히 돌아간다
변명도 상식도
통하지 않는 세상이
뒤죽박죽 엉망진창

멋대로 마음대로 돌아간다
꿈인지 현실인지 헷갈리는데
구름 속에서 있던
해가 먹구름을 헤치고 나온다
새로운 아침이 밝아온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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