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모두 불덩어리
하늘과 땅이
펄펄 끓고
화가 잔뜩 난
세상이 활활 타오른다
답이 없는 세상
꺼지지 않는 불길은
온 산을 태우며
갈길을 찾아 헤맨다
가야 할 길은
멀고 먼데
싸우기만 하는 인간들
하늘이 알고
땅이 아는데
서로가 옳다고
우겨대는 세상에
노한 하늘은
울부짖으며
땅을 태운다
화마는
마을을 덮치고
사람들은 대피하며
죽고 다치고
잃어버린 가족과
일터는 재가되고
연기되어 세상을 덮는다
아무 잘못 없는데
가야 하는
누군가의 비명이 들리고
죄 없는 이들의
가슴 타는
통곡이 울려 퍼진다
소식조차 없는
얄궂은 비소식
하늘 보고 땅 보며
갈길이 어디냐고
목이 쉬도록
소리쳐도
아무런 말도 없는
불길은
끝없이 타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