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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차도록... 달려가는 시간

by Chong Sook Lee


자꾸만
앞을 향해 달려가는 시간
숨이 차도록
쫓아가도
잡을 수 없는 시간
검은 머리는 하얗게 되고
곧은 허리는
자꾸만 땅을 향해 가는데
세월은 도망가듯 간다

청춘이 구만리 같다던
세월이 다 가고
얼마 남지 않아
뛰어가는
시간을 잡아 보는데
손잡고 같이 가지고
사정해도
냉정한 시간은
쉬지 않고
앞으로만 간다

보이지 않고
잡을 수 없는 시간
돈으로 살 수 없는
매정한 시간이 간다
사랑한다고
애걸하며 매달려도
뒤도 안 돌아보는 시간
묶어 놓을 수도
잡아 놓을 수도 없는
무정한 시간이
숨 쉴 사이도 없이 간다

봄인가 하면
여름이고
가을인가 하면 겨울이고
아침인가 하면 저녁이다
하루가 백 년처럼
길다가도
지나고 보면
백 년도 하루 같은 세월
좋은 날 기다리며
살아온 시간
욕심을 줄이고
마음을 비우면
세월도 함께 가리라

가는 세월
잡으려 하지 말고
오는 세월
막으려 하지 말고
가면 가는 대로
오면 오는 대로
순응하며 살다 보면
어제처럼
오늘을 살아가고
내일도 맞이하리라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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