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기듯
도망가던 겨울이
무슨 미련이
그리도 많은지
다시 돌아와
하루 종일
하얀 눈을 뿌린다
계절도 잊은 채
제 자리로 돌아와
쾌재를 부르는 겨울
누가 뭐라 해도
아직은
떠날 때가 아니라고
세상을 하얗게 덮는다
파랗게 나온 튤립은
눈아래에 묻히고
노랗게 피어나는
송화는
눈꽃으로 덮여있다
북풍이 불고
사과나무와 라일락 나무
개나리 나무와
마가목 나무의
빨간 열매와
처마 밑 앵두나무에도
눈꽃이 하얗게 핀다
3월이 간다고 하는데
미련 많은 겨울은
오는 봄을 짓밟으며
심술을 부린다
땅을 뚫고 나오는
어여쁜 새싹들이
고까웠는지 질투하며
돌아온 무정한 겨울
갈 때를 알고
올 때를 아는 자연
가지 않고
오지 않는 이유를 모르며
봄을 기다리는 마음
돌아온 겨울
오지 못하는 봄
가는 날이 있고
오는 날이 있음을 안다
아무리
겨울이 심술을 부려도
오는 봄을 막을 수 없고
가는 겨울을
잡을 수 없는 것
갈 때 가더라도
다시 온 겨울을
너무 미워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