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인데
왜 제 마음대로 하는지 모른다
검은 머리를 희게 만들고
고은 살결을 주름지게 하고
온몸 전신
여기저기 아프게 하고
자꾸만
제 마음대로 하는 나이
공짜라고
마구 먹은 나이
준다고 신나서 먹은 나이
나이를 먹으면
좋은 줄 알았는데
좋은 것 하나도 없다
무릎 어깨
팔다리가 그만 쓰라고
데모를 하고
한번 나가면 들어오지 않고
외박을 하는 정신
이름도
얼굴도 생각이 안 나고
기억이 가물가물한다
손톱에 줄이 생기고
머리도 빠지고
모든 게 맛있던 입맛은
무엇을 먹어도
맛이란 걸 모른다
내 몸인데
왜 지맘대로 하는지
알 수 없다
걸어가다가 넘어지고
괜히 다치고
겉으로 멀쩡해 보이는데
실수 투성이
나이가 들면 이런 건가
내 몸인데
늙었다고 제 마음대로
훼방하며
휘젓고 다니는 나이라는 숫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사람들은 말들 하지만
헛소리고
나이는 나잇값을 한다
주름살을 펴고
염색을 하고
화장을 하고
비싼 옷을 걸쳐도
나이는 못 속이는 것
다 떨어진 청바지에
퇴색된 잠바를
걸치고 다녀도 예쁘고 멋진
젊음을 이길 수 없다
나이 따라 살고
나이 따라가야 하는 인생
흥미도 재미도 없어지고
매사가 귀찮아지고
내가 하는 게 아닌데
내 몸을 제 마음대로
흔들어대는 나이라는 존재
그래도 무시할 수 없어
아프면 눕고
피곤하면 자고
기억이 안 나면
생각날 때까지 기다리고
욕심부리지 말고
몸이 시키는 대로
말을 들으며 사는 수밖에
별도리 없다
나이가 들어가는데
젊을 때와 다르니
반항하지 말고 순종하며
살다 보면 좋은 날도 있겠지
아니라고 부정해도
내가 좋다고
나와 함께 살아온
세월의
나이테를 속일 수 없고
나이를 무시할 수 없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