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가 사는 평화로운 곳

by Chong Sook Lee


드넓은 푸른 들판을 걷는
기러기 가족이 보인다.
새끼 기러기 여섯 마리를
데리고 산책을 하는 모양이다.
아기 기러기들이
아장아장 걷는 모습이 예쁘다.


하늘과 맞닿을 듯한

끝없이 펼쳐진 들판에

수많은 기러기들이
여기저기 옹기종기 모여서
앉아 있기도 하고
호수에서
헤엄을 치기도 하며 논다.


이른 봄에
이곳으로 날아온
기러기들이 가을까지 살다
남쪽으로 간다.
여름이면 공원이나

골프장은

기러기들의 휴양지가 된다.


사람들이

골프를 치거나 말거나
그들 옆으로
지나가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않고 앉아서
놀고 걸어 다니며
무언가를 찾아 먹는다.
오히려 사람들이
기러기들이

다칠까 봐 신경을 쓴다.


이곳에 있는
커다란 공원으로

대부분 와서 생활하는

기러기들이 아마도

수백 마리는 될 것 같은데
오고 갈 때의 모습은 장관이다.

기러기들이 날아다니며
저희들끼리

소통하는 소리가 엄청나다.


언젠가 한 번은
숲 속을 걸어가는데
어디선가 우렁찬 소리가 들려
하늘을 보니
수를 셀 수 없이

많은 기러기떼가 대이동 중이었다.
수천수만 마리의 기러기들은

이곳에서
생활 터전을 이루며
새끼를 키운다.


가족끼리

옹기종기 모여 앉아
선탠을 하거나 산책을 즐긴다.

심심하면
호수에서 놀기도 하고
조금 떨어진 곳으로
여행을 가기도 한다.
기러기를 보고 있노라면
사람과 다름없다.


먹고 자고 놀고
먹을 것을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배를 채우고

앉아서 세상을 구경한다

가족을 부양하고
가족과 함께
안전하고

풍요로운 곳을 찾아
멀리 이민을 와서 사는
우리네나 다름없다.


이곳의 봄은
그들에게 황량하도록
추운 날씨이지만
모든 것이 풍부하고
아름다운 여름이 있기에
먼 길을 떠나 이곳으로 온다.


오는 길이 험하고
고달프지만
넓은 평원과 많은 숲과

호수는 그들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해 준다.
봄 여름동안
많이 먹고, 많이 쉬면서
가족과 함께 생활한다.


가을에는 모두 모여
따뜻한 남쪽으로 떠날 때는
정해진 장소로 모여
회의를 하고
모든 준비를 마친 뒤에
순서를 정하고
이동을 하는 모습을 보면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미물이지만

오히려

존경스럽기 가지 하다.


그들의 세계에서도
인간이
알지 못하는 싸움이 있고
고민이 있겠지만
파란 들판에서
생활하는 그들을 보고 있으면
참으로 평화롭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필요를 채우며
살아가는 그들이
욕심 많은

인간보다 낫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그들대로의 삶의 법칙이 있어

자연에 순응하며

계절을 따라오고 간다.

인간은 가진 것이

많을수록 더 많기를 바라고

쌓고 또 쌓으며 멈추지 않으며

남을 헐뜯고

남의 것을 빼앗으려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계절 따라왔다가

떠날 시간이 되면

미련 없이 떠나는 기러기들이

올 한 해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있다가 가기를 기원한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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