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점이 장점이 된 사랑스러운 우리 집

by Chong Sook Lee


갑자기 찾아온 여름이다. 아침부터 찌는 더위를 피하는 것은 아침나절에 서쪽을 향한 집 앞뜰을 걷는 것이다. 서향집은 절대 사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던 내가 우연한 인연으로 이 집을 사서 36년째 살고 있다. 부동산에 나온 집을 보러 다니며 서향집과 코너집과 버스정류장 가까이 있는 집은 사지 않겠다고 미리 엄포를 주었다. 중개업자가 집을 보여주고 5분도 안되어 나왔다. 보고 싶지 않고, 보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 뒤로 많은 집을 보는 동안 먼저 본 서향집은 판매가 되었다.


우리가 원하는 집은 가격이 비싸고 가격이 낮은 집은 마음에 들지 않아 망설이고 있을 때 중개업자에게 연락이 왔다. 먼저 본 서향집이 팔렸는데 사려고 한 사람이 은행 대출을 받지 못해서 부동산 시장에 다시 나왔으니 한번 가보자고 해서 무심코 갔다. 가서 보니 지난번에 싫다고 했던 3가지 단점이 보이지 않고 좋은 점만 보였다. 서향집은 겨울에는 앞뜰이 따뜻하고 여름에는 뒤뜰이 시원해서 좋다. 여름에 바비큐를 자주 하는 우리에게는 너무나 좋은 점이다. 코너집이다 보니 땅이 넓고 확 튀어서 답답하지 않고 이웃집도 한쪽만 신경을 쓰면 되니 더 좋다.


나머지 한 가지 버스 정류장이 길 건너에 위치하고 있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쩌다 버스를 타고 어딘가를 가려해도 길 하나만 건너면 버스를 탈 수 있으니 너무나 편리한 것이다. 싫다고, 안된다고 고집을 부린 단점 세 가지가 집을 보는 동안 장점이 되어 그날로 집을 사게 되었다. 인연이란 참 묘한 것이다. 싫다고 하던 집을 자세히 보며 사게 된 집에서 36년을 살았는데 살면 살 수록 좋고 고마운 생각이 든다. 세 아이들 잘 자라고 짝을 맞아 결혼하고 아이들 낳고 가정을 이루며 살아온 집이다. 아이들 결혼할 때 한국에서 많은 형제분들이 오셔서 축하해 주시며 며칠간 묵을 정도로 집이 넓고 편리하다.


1974년에 지은 집인데 올해로 51살이 되어 낡았지만 집이 넓고 환하고 편해서 좋다. 사는 동안 틈틈이 고치며 살았기 때문에 여전히 산뜻하고 낭만적이다. 집주위에 있는 뜰에는 나무가 여러 그루가 있어 특별히 멀리 가지 않아도 숲 속의 별장에 사는 것 같다. 집 앞에는 자작나무가 있고 양쪽으로 전나무와 앉은뱅이 소나무가 이웃집과 우리 집 경계에서 집을 지킨다. 밥풀꽃 나무와 해마다 연보라 꽃이 피는 작약나무가 있고, 분홍색 꽃이 예쁘게 피어나는 해당화 나무가 있다.


코너 쪽으로는 동네 명물인 울창한 소나무가 우리 집을 감싸고 있다. 비가 오고, 눈이 오고, 바람이 불어도 엄마의 품 같은 등 굽은 소나무는 우리를 지켜준다. 그 옆으로 개나리 나무와 여러 종류의 다년생 꽃이 피는 꽃 정원이 있다. 정원이 있기 전에는 커다란 전나무가 있었는데 몇 년 전에 병이 들어 죽어서 잘라 버린 자리인데 해마다 지인이 꽃씨를 주어 뿌린 것이 이제는 예쁜 꽃동산이 되었다. 봄여름 가을에 피고 지는 꽃들을 보노라면 세월 가는 줄 모른다.


바로 옆에 라일락 나무가 있는데 진보라색 꽃을 피우며 향기로 매혹한다. 사람들이 오며 가며 꽃냄새를 맡는 모습을 종종 본다. 그 옆에는 두 그루의 사과나무가 있는데 올해는 해걸이를 하는지 꽃이 많이 피지 않았다. 사과나무 아래에는 작은 텃밭이 있다. 파와 부추는 해마다 봄이 되기 무섭게 나오고, 어디서 날아온 지 모르는 유채도 혼자 씨를 뿌리고 자란다. 올해도 변함없는 마음으로 모종을 가져다주는 지인들 덕분에 토마토, 깻잎, 오이와 고추 모종을 심고 텃밭 농사를 시작했다.


시도 때도 없이 오는 눈이 무서워 5월 하순에나 시작하는 텃밭농사이지만 한두 달의 뜨거운 여름 날씨 덕분에 그나마 맛있는 채소를 먹을 수 있다.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며 잘 자라고 있나 들여다보며 애지중지 키우는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지 잘 자라는 채소가 고맙다. 그중에 무언가가 부족해서 죽는 모종도 있지만 어쩔 수 없다. 아무것도 없는 땅에서 씨가 살아남아 신선한 야채를 공급하는 신비로운 자연의 섭리에 감사한다.


텃밭 옆으로 채리 나무와 마가목 나무 그리고 밥풀 꽃나무가 나란히 있다. 채리 나무는 벌레들 때문에 죽어서 바짝 잘라 주었더니 옆으로 가지 두 개가 나와 푸르른 이파리를 내놓으며 한해 한해 잘 자란다. 집집마다 있는 마가목 나무는 하얀 꽃이 만발했다. 꽃이 지면 파란 열매를 맺고 열매가 빨갛게 익어가면 날씨가 추워지고 겨울이 온다. 옛날 지은 집은 뒤뜰이 넓어 피크닉 테이블을 두 개 놓고 그네와 해먹을 놓고 커다란 텐트를 쳐도 충분하다. 뒷문 옆에 있는 앵두나무와 차고뒤에 작은 뜰에도 나무 몇 그루가 있어 숲 속의 별장에 사는 듯하다.


섭씨 33도가 된다는 오늘은 아침부터 너무 더워 앞뜰을 거닐어 본다. 참새들은 더워지기 전에 소나무 가지를 오르내리며 놀고, 까치와 까마귀는 시원한 곳으로 피서를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하릴없는 나는 여기저기 들여다보며 지난날들을 소환하고 있다. 피고 싶어 안달이 난 함박꽃과 해당화 꽃이 금방이라도 필 것 같다. 꽃을 보고, 나무를 보고, 텃밭에서 자라는 야채를 보며 사랑을 전하는 아름다운 여름이다. 단점을 장점으로 바꾼 생각의 인연으로 살아 온 집에서 사는 나날이 즐겁고 행복하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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