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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 못한 채 시들어버린 꽃

by Chong Sook Lee


꽃이
피기도 전에
꽃잎이 시들어
땅에 떨어진다

사랑을
고백하기도 전에
실연을 하고
아픈 마음에
하늘을 본다

한번
활짝 피어보겠다고
달려온 발길
돌부리에 넘어져
더 이상 갈 수 없다

꽃이 져서

떨어져도
보는 이 없는
아련한 마음
그리움만 남기고
떨어져 버린 꽃잎들이
사방에 흩어져
바람에 날린다

어제의 맹세는
어둠 속에 묻히고
내일을 알 수 없는
기약 속에 길을 떠난다

곱디고운
꽃망울이
비바람의 추위로

어둠 속에
떨어진 애통한 마음
못다 한 인연은

어딘가에서

다시 피어나리라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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