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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내리는... 봄의 선물

by Chong Sook Lee


살며시 내리는
봄비가
메마른 세상의
먼지를 가라앉히고
더러운 것을
말끔히 씻어주고
마음속에 있는

사랑을 속삭입니다

세상을
푸르게 만들고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며

미움과 원망과
어리석은 마음을
철들게 하는 봄비

비를 맞은 세상이
활짝 웃으며
숨어있던 것들이
생겨나고
침묵하던 것들이
속삭이며
생명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납니다

땅속에서
꿈틀대며
고개를 내놓는
온갖 종류의 삶이

살아있다고
아우성치며
세상구경에 바쁩니다

어지러운 세상은
아랑곳하지 않고
저마다의
할 일을 하는 자연
개나리도
앵두나무도
봄비를 맞으며
꽃망울을 키웁니다

지난가을
미처 떨어지지 못한
낡은 이파리는
새로 나오는
새파란 이파리에 밀려
힘없이 떨어져
지나가는 바람이
어디론가 데리고 갑니다

새록새록
피어나는
파란 생명들은
입을 크게 벌리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빗방울을
마음껏 들이키며
감사를 전하는 봄날
하늘이 주는
봄의 선물이 내립니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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