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주가 만든
완벽한 정밀기계가
하찮은 독감으로
난타를 당하고
녹다운되어 누워있다
이유도 없이
연락도 없이
찾아온 불청객은
삼일동안 낮과 밤으로
무섭게 공격을 하며
물러설 기세 없이
달려든다
온몸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열과 통증으로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괴롭히는 감기
설마 나한테 올 줄은
정말 몰랐다
요즘
유행하는 환절기 독감이
무섭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 정도로
독종인줄 이제 알았다
열에 들떠서
기침을 계속하며
삭신이 쑤셔
‘아이고 지구’와 산다
그까짓 감기에
무슨 엄살이
그렇게 많으냐 하겠지만
안 당해 본 사람은
상상하지 못한다
가슴이 찢어지고
땀이 물 흐르듯 흐르고
진통제도 기침약도
일을 하지 않는다
견딜 수 없어
의사한테 가 보았지만
폐렴이나
기관지염은 아니니
가서 감기약이나 먹으라며
아무런 처방전도 안 준다
주사 한 대만 맞으면
될 것 같은데
이곳은
필요이상으로 인색하다
다시 돌아와 누워서
생각해 본다
이대로 계속 아프면 어쩌나
이런저런 생각에
머리가 복잡하다
시간이 약이지만
이제 그만
내 몸을 떠나도 될 텐데
무슨 미련이 그렇게 많은지
열이 오르내리고
기침도 오락가락하며
입맛도
식욕도 완전히 상실하여
입안이 쓰다
갈 때가 되었는데
가지 않는 감기
밀쳐낼 수도 없고
떨궈 버릴 수도 없다
언젠가
나를 괴롭히던 감기와
비슷한 생각에
떠날 때가 되면 가겠지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부탁이다. 제발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