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래도... 봄은 온다

by Chong Sook Lee


세상은 요지경
꽃이 피고 지고
전쟁으로
사람이 죽고 다치고
자연재해로
한 순간에 재가되는 현실


잘못 없는 사람이

없겠지만
서로 잘났다고
남을 헐뜯으며
배신과 협박과 혐오로
서로를 능멸하는 시대


하루아침에
친구가 되고
원수가 되어
총을 겨누고
남의 것을 빼앗기에
혈안이 되는 세상


나는
아파서 죽을 것 같
사경을
넘나드는 시간에
자연은
천연덕스럽게

봄을 맞고 있다


어차피
삶은 같이 갈 수 없는 것
피고 지고

태어나고 죽으며
싸우며 이기고 지고
아프고 건강한
반대의 상황 속에
이어지는 것


흙밖에 안 보이던 정원에
파란 싹이
도란도란 모여 앉아
수다를 펴고
해마다 안 필 것 같이
죽은 척하는 개나리도
샛노란 꽃을 피우는 봄


세상이 어찌 돌아가도
상관하지 않고
저마다의 할 일을 하는
굳건한 자연의 지혜

누가 뭐래도

봄은 이렇게 계절을 연다


작년에
치열한 꽃샘바람으로
피지도 못하고
얼어 죽었던
앵두꽃이
한풀이를 하듯

정신없이 만발하여 핀다


때를 기다리며
피고 지는 자연
인간의 욕심으로
세상은
또다시 몸부림쳐도

오는 봄을 막을 수 없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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