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한 달이 되고
1년이 가고 10년이 가고
47년이라는 세월이
소리 없이 다녀가도
어제처럼
생생한 날이
생각나는 날입니다
47년 전
어느 아름다운 봄날
오랜만에 화창한 날씨에
온 세상 사람들이
거리에 쏟아지던 날
4월의 신부가
하얀 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을 하러 가는 길
차가 막혀
꼼짝 하지 못하고
발만 동동 거리던 날입니다
시간은 다가오는데
많은 하객들은
신부가
오기를 기다리는데
뛰어갈 수도
달려갈 수도 없이
막혀버린 도로는
결혼식 지각생을 만들었습니다
30분 늦게 도착한 신부를
반갑게 맞아주며
47년 동안
변함없는 사랑과 신뢰로
알콩달콩 살아온 세월
아들 둘에 딸하나
예쁘게 키워
귀한 두 며느리와 사위하나
손주 다섯을
거느린 부자가 되었습니다
꽃길을 찾아
헤매던 세월이
지나고 보니
걸어온 날들이
모두
아름다운 꽃길이었습니다
47년의 세월 동안
봄여름 가을 겨울이
47번 다녀가는 동안
기쁜 일도
슬픈 일도 많고
힘들고 괴로운 일도
많았지만
이제와 생각하니
모두가 사랑의 은총입니다
비가 오지 않으면
세상은 말라버리고
꽃도 열매도 맺을 수 없이
황폐하기에
바람과 구름이
다녀가고
눈과 비가 내리듯
우리네 삶은
고통과 아픔마저도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것
지나간 세월이
오늘처럼
새롭게 찾아왔듯이
앞으로 다가오는 날들도
희망과 용기 속에
서로를 바라보며
아끼고 이해하고
더 많이 사랑하며
사는 날들이길
조용히 기원해 봅니다
어느
다가오는 따스한 봄날
서로가 서로에게
행복했노라 말하며
서로를 바라보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걷는 발길이
더 다정해 보이는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