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와 기싸움하는 봄

by Chong Sook Lee


눈이 가렵다. 해마다 봄이 되면 영락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인 꽃 알레르기가 시작되었다. 오지 말기를 바라지만 잊지 않고 온다. 알레르기약을 먹지 않으려고 하루 이틀 미뤄보지만 도저히 눈이 가려워서 견딜 수가 없다. 목이 가렵고 재채기를 하며 콧물이 난다. 눈 코 입 목이 간질거려 긁고 싶지만 긁을 수 없어 비벼 보는데 더 가려워서 견딜 수 없으니 약이 싫어도 먹어야 한다. 예전에 없던 알레르기 현상이 어느 날 갑자기 생겨서 봄만 되면 알레르기와 싸운다.


봄이 오기를 기다리지만 알레르기 때문에 봄이 싫다. 민들레 홀씨가 바람에 날려 여기저기 돌아다녀 자동차 창문을 열지도 못한다. 노란 민들레가 하얀 홀씨가 되어 잔디 위에 앉아 있다가 바람이 불면 바람 따라 일제히 일어나 춤을 추며 세상을 날아다닌다. 싫어도 어쩔 수 없이 시간이 해결해 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가는 곳마다 노랗게 피어있더니 지금은 하얗게 진다. 저 많은 홀씨들이 여기저기 날아다니며 더 많은 민들레가 되어 필 것이다.


유난히 꽃이 많은 올해 봄이다. 사과나무 꽃이 시들어 가고 라일락 꽃이 만발하여 온 동네가 보라색 물이 들었다. 그뿐이 아니다. 마가목 나무에도, 밥풀꽃 나무에도 하얀 꽃들이 예쁘게 피어 있다. 향기가 진한 꽃이 있고 아무런 향이 없는 꽃도 있지만 저마다의 특별한 모습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몇 년 전 지인이 가져다준 이름 모를 보라색 꽃도 하루가 다르게 정신없이 피어나고, 작약도 터질듯한 꽃망울을 여러 개 매달고 있다. 그 옆에 있는 해당화도 진분홍 꽃망울을 피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불과 열흘을 살다가는 꽃들이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피고 지는 자연의 섭리는 아름답다. 먼저 피기를 바라지 않고, 오래 피어 있기를 원하지 않는다. 고작 열흘동안 피었다가 지는 시간에 온 정성을 다하여, 마음을 다하여 피고 진다. 피었다가 시들어 떨어지는 꽃은 미련도 후회도 없이 바람에 흔들리며 땅에 떨어져 누워 흙이 된다. 죽지 않기 위해, 더 오래 살기 위해 애쓰는 인간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꽃이 피고 지는 사이에 나무들은 녹음을 만들며 세상을 멋지게 꾸민다. 크고 작은 이파리가 바람에 춤을 추고 바람이 불 때마다 저마다의 함성을 지르며 살아 있음을 알린다. 새들이 집을 짓고 알을 품는 푸르른 녹음을 보면 잠시 피었다 지는 꽃과 달리 믿음직스럽고 왠지 의지가 된다. 봄여름이 그렇게 오고 가고 가을이 오면 나무들은 온갖 치장을 하며 갈 준비를 한다.


저마다의 아름다운 색으로 물들이며 한해의 삶을 정리한다. 빨갛고 노란 옷을 입고 사람들을 유혹한다. 할 일을 다한 나뭇잎들이 변하는 모습에 사람들은 매혹되어 관광지를 찾아다니며 나무들의 마지막 모습을 본다. 갈라지고 말라버린 나뭇잎들은 마지막 힘을 다하여 곱게 물들어 떨어지며 저마다의 길을 떠난다. 사람들은 낙엽이 쌓여있는 길을 걸으며 사색에 젖고 지난날을 기억하며 겨울을 맞으며 다시 봄을 기다린다.


기다리는 봄을 애타게 기다리면 어느 날 꽃 세상이 되어 알레르기와 함께 새봄을 맞는다. 기다리던 봄인데 알레르기 때문에 봄이 빨리 가기를 소망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옛날에도 알레르기가 있었겠지만 그리 흔치 않았다. 알레르기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오래전이다. 감기와 똑같은 증상인데 열도 없고 아프지도 않았다. 보통 감기라면 이삼일 앓고 나면 거뜬한데 보름이 지나도 똑같은 증상이 계속되었다.


눈물과 콧물이 나고 목이 가렵고 눈이 가려운 증상은 일상을 망가뜨릴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보름정도가 지난 뒤에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의사를 찾아가 사정 이야기를 했더니 봄 알레르기 증상이라고 알려주며 의사가 처방을 내주었다. 약국에 가서 약을 사가지고 약 한 알을 먹자마자 모든 증상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새 세상이 되었다. 약 하나가 가져다준 세상은 정말 아름다웠다. 그 뒤로 해마다 봄이 오면 약을 먹으며 살았는데 알레르기 약도 자꾸 먹으면 안 좋다는 말을 듣고 안 먹으려고 하는데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


아침에 일어나니 눈이 빨갛게 충혈되고 뚱뚱 부어있는 것이다. 눈이 가려워서 신경이 온통 눈으로 가고 자꾸만 손으로 비비게 된다. 이대로 그냥 가다가는 눈에 염증이라도 생기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약이 몸에 나쁘겠지만 일단 약으로 알레르기를 진정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약이라는 것이 자꾸 먹다 보면 내성이 생겨 안 좋지만 진통제와 알레르기 약이나 몸이 필요하면 먹어야 한다. 수술 후에도 진통제에 의존하면 안 된다고 자제하지만 도저히 견딜 수 없으면 먹어주는 것이 오히려 빨리 회복되는데 도움을 준다.


약을 안 먹으면 봄이 싫어지고 꽃도 보기 싫어질 텐데 약을 하나 먹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이 된다. 배가 고프면 밥을 먹듯이 몸이 괴로우면 약을 먹으면 된다. 알레르기가 심하면 몸의 모든 기능에 영향을 주어 오히려 더 나쁜 결과를 가져다준다. 알레르기 증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당하며 살아가는데 약을 만든 사람에게 감사한다.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고, 죽어가는 사람을 살릴 수도 있는 것이 약이다. 약으로 인하여 죽는 약이라면 팔지도 않을 것이다. 약을 안 먹고 괴로운 하루를 보내지 말고 약 먹고 기분 좋게 시작하는 하루를 살아야겠다. 알레르기와 기싸움하는 한이 있어도 봄을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사진 이종숙)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