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던 나뭇잎이
여름이 가기도 전에
군데군데 물들이며
떠날 채비를 하는데
어쩌자고 갈 준비를
급하게 하는지 모르겠다
이른 봄부터
세상구경을 하겠다고
얼은 땅을 헤집고
나오던 파가 씨를 물고
아름다운 노란 꽃으로
유혹하던 유채가
씨를 맺으며 익어간다
작년에 먹고 말려서
밭에 뿌린 단호박씨는
늦잠을 자는지
이파리만 만들며
꽃하나를 피지 못하고
텃밭에 누워서 하늘을 본다.
부지런한 오이는
가지마다 주렁주렁 열리고
추워서
오그라 들었던 들깻잎은
며칠 뜨거운 날 덕분에
하루가 다르게
예쁘게 잘 자라서
식탁에 올라와
우리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
하얀 꽃을
하나 둘 피는 고추는
서너 개씩 달고
보라는 듯 뽐내고
꺽다리 토마토도 열심히
익어가는데
늦게 심은 상추는
텃밭에 놀러 오는
참새와 나눠먹는다
봄이 늦게 오네
여름이 춥네 하며
봄이 오기룰
더운 여름이 되기를
기다리며
하늘을 보았는데
이제는 땅을 보며
텃밭에서 자라는 채소와
사랑을 나누느라 바쁘다
겨울에 봄을 준비하고
봄은 여름을 향해 가며
여름은 또 가을을 위해
익어가는 모습이 신비롭다.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제 할 일을 하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자연을 보며 인생을 본다